국회가 20일 오후 4시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로 지명된 한덕수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 표결을 진행한다.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동의안을 부결시킬지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한 후보자의 역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만큼 인준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한 후보자는 행정과 정책에 대해 탁월한 경험과 역량을 갖고 있어 총리직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분”이라고 말했다. 3선 중진인 윤 의원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공약 수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윤 의원이 민주당 내 누구보다 한 후보자와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4년간 정무·업무조정·기획조정·정책조정·국정과제 비서관과 정책기획위원회 사무처장 등을 두루 거쳤다.2007년 4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가 취임하면서 총리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윤 의원은 한 후보자와 1년에 2~3차례 만나는 등 꾸준히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는 “한 후보자는 당시 총리실에 근무했던 참모들과 모임을 통해 자주 교류했다”고 전했다. 한 총리 재직 당시 총리실 민정수석을 지낸 정재호 전 민주당 의원도 모임 멤버였다. 윤 의원은 “최근에도 한 후보자와 국제 정세와 경제, 한국 경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며 “미국에도 오래 계시면서 국제적 감각도 충분히 갖추신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다만 윤 의원은 본회의 인준 표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선 “당 지도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재명의 참모니 이재명의 의견에 따를 것”이라고도 했다.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에 출마한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첫 출발하는 단계라는 점을 조금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한 후보자 인준 필요성에 무게를 실었다.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 서울 용산 대통령실 1층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총리 후보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 경제수석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국무조정실장·경제부총리·총리를 하신 분"이라고 말했다.'한 후보자 인준 결과가 나오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결단하느냐'는 질문에는 "처음부터 협치를 염두에 두고 지명한 총리"라며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내일(21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국제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기 때문에 한미관계가 더 튼튼해지고 더 넓은 범위를 포괄하는 그런 동맹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한미 정상회담에 따른 한중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에 대해선 "굳이 제로섬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중국과의 관계도 잘해가면 된다"고 했다.국회는 이날 오후 4시 본회의를 개최해 한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진행한다. 총리 후보자 인준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이 따라야 한다.이미 '부적격'으로 결론을 내린 더불어민주당은 특히 윤 대통령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 이후 더욱더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한 후보자 인사청문 특별위원회 간사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도층에서도 상당수가 한 후보자가 총리가 되는 것은 부적합하다고 인정하고 있다"며 "국민의 뜻에 따라 부결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국민의힘은 "국무총리는 정치 거래 대상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인천 미추홀구 유정복 인천시장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민주당이 뚜렷한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며 인준 표결에 반대하는 건 민주당 사전에 협치는 없다는 오만과 불통으로 비칠 뿐"이라고 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민의힘이 “명분 없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여론몰이에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이 협치가 아니라 독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당내 인준 반대 여론에 ‘제동’을 걸고 나온 것도 표결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인천 주안동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에 건넨 협치 카드”라며 “민주당이 뚜렷한 근거 없이 인준 표결에 반대하면 민심의 거센 역풍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후보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고위직에 잇따라 중용된 만큼 인준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한 후보자 거취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선과 연결 짓는 것에 대해서도 “정치 거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고 선 그었다. 윤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에서 한 후보자 인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야당이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민주당 지도부는 여전히 “한 후보자 인준을 부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후보자는 총리로 다시 등극하기에는 공과 사의 경계를 스스로 너무 무너뜨렸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임명 동의안 문제를 책임 있게 매듭지을 것”이라고 했다.다만 최근 들어 당내에선 ‘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준 찬성 의견이 나오고 있어 당론으로 ‘인준 반대’를 채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후보자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부적격하다”면서도 “어쨌든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처음 출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지난 12일 “임명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자”며 조건 없는 인준 표결을 주장했다.정치권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이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한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 통과 여부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