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등 한국 언론 2곳 동행취재…외신에도 폭넓은 순방 취재 기회 제공
풀취재방식이라 바이든 직접 취재 제약…사전답사단에 기자도 포함해 보도지원
[바이든 순방 취재기] 동행취재 나서보니…취재 문호 넓지만 근접은 제한
'언론에 취재 문호를 넓히되 대통령 직접 취재는 제한하고 철저히 풀 체제로 운영한다'
연합뉴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오는 20∼24일 한국과 일본 순방을 동행 취재하고 있다.

작년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방문길에 오른 가운데 국내 언론 중 연합뉴스와 중앙일보 2곳이 미국 동부 시간 18일 밤 백악관 취재기자단 일원으로 첫 행선지인 한국행 전세기에 올랐다.

백악관의 동행 취재 기자단은 두 유형으로 나뉜다.

미국의 주요 언론 중심으로 구성돼 바이든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기자단에 관련 내용을 전파해주는 '풀(pool) 기자단'과, 그 외 미국 언론과 미국 주재 외국 언론이 주로 동행하는 '일반 기자단'이 그것이다.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는 풀 기자단이, 나머지 취재진은 모두 미디어 전세기를 이용한다.

이번 한국행 미디어 전세기에는 모두 54명의 기자가 탑승했고, 워싱턴DC에서 19일 낮 출발한 에어포스원에는 풀 기자 13명이 바이든 대통령과 동승했다.

개별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거나 두 번째 방문국인 일본 일정만 챙기는 외신 기자들까지 합칠 경우 전체 백악관 취재단 규모는 더 크다는 게 백악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가을 이탈리아와 영국 등을 순방했을 때는 200명이 넘는 기자단이 동행 취재에 나섰다.

연합뉴스 특파원이 탄 미디어 전세기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하루 앞선 18일 밤 9시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출발했다.

미디어 전세기가 에어포스원보다 먼저 출발하는 것은 기자들이 방문지에 미리 도착해 취재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일종의 관례처럼 돼 있다고 한다.

[바이든 순방 취재기] 동행취재 나서보니…취재 문호 넓지만 근접은 제한
미국에서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언론을 향한 문호는 한국보다 더 넓다고 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이전 한국의 청와대 기자단은 등록 기자와 출입기자단으로 나뉘었는데, 대체로 출입기자단에만 해외 순방 때 동행 취재할 기회를 줬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백악관 출입 기자는 물론 국무부에 외신 기자로 등록된 특파원 상당수에도 동행 취재 선택권을 제공한다.

백악관 고정 출입증이 없어도 하루짜리 패스를 발급받아 언론 브리핑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개방적 방침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비슷하게 적용된 셈이다.

대통령 순방 전 미 당국자들의 사전 답사팀에 기자단이 포함되는 것도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이색적인 장면이다.

대통령의 일정이나 방문 지역을 정할 때도 언론의 관점에서 보도 편의성을 높여주려는 미디어 친화적인 백악관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순방 때도 사전 답사팀에 포함된 기자 2명이 방한 이틀 전 바이든 대통령의 대략적 동선은 물론 일정별로 취재 및 보도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담은 자료를 동행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물론 사전 답사 내용은 비보도 조건이 붙는다.

백악관 동행취재단이 이용하는 항공기는 전세기인데다 숙박료까지 포함된 전체 비용을 동행 기자들이 분담하는 방식이어서 일반 항공편보다 비용이 훨씬 더 비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악관을 출입하는 한 외신기자로부터 미디어 전세기 이용 가격이 너무 높아 때때로 항공권과 숙소를 별도 예약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다만 전세기 이용 시 순방국 방문에 필요한 비자 발급 절차를 대행하고, 현지 숙박과 교통편까지 해결해 줌으로써 많은 수고를 덜어주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재는 대부분 철저한 풀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통령 신변 보호를 위한 보안 문제와, 언론의 취재 자유를 동시에 보장하기 위해 절묘하게 두 원칙을 결합한 것이다.

풀 기자들은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 뒤 주요 발언과 행사장 분위기를 재빨리 나머지 기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일반 기자들은 풀 기자들이 전달한 내용을 참고하거나 인터넷이나 TV 등으로 현장 영상을 직접 지켜보면서 기사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풀 기자단 역시 특정 매체의 정보 독점을 막고 취재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 순번을 정해 임무를 교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바이든 순방 취재기] 동행취재 나서보니…취재 문호 넓지만 근접은 제한
이번 순방에는 미국 언론 외에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외국 언론까지 일반 동행 취재단에 포함돼 있다.

풀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의 경우 직접 취재에 제약이 있는데도 동행 취재를 선택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미국 대통령이 어느 나라를 방문하는지에 크게 개의치 않고 동행하면서 취재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문화가 있는 듯하다.

특히 일본 언론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번 순방 취재에 나선 한 일본 방송사 기자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세 차례 유럽 방문 때 모두 동행했다며 동행 취재를 일종의 관행처럼 여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기자는 해외 순방 때 백악관 동행기자단에서 일본이나 중국 기자에 비해 한국 기자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간혹 비보도를 전제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직접 브리핑을 듣고 질문할 기회를 얻거나, 평소에 만나기 힘든 고위 당국자들을 리셉션 등을 통해 대면할 수 있는 것도 동행 취재의 이점으로 꼽힌다.

이번에 동행한 어느 기자는 예전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비공개 리셉션에 나온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백악관 취재단 역시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백신 미접종자는 사실상 동행 취재가 배제됐다.

또 접종자라 해도 출국 전 코로나19 검사를 거쳐 음성 임을 확인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순방 일정 중에도 매일 자체 검사를 한 뒤 이 결과를 백악관에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