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도 산재 적용…尹정부 '1호 노동법안' 시행되나 [법안스트리밍]

배달기사가 배달 도중 사고를 당하면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플랫폼 근로자 등 노동계는 법 개정에 환영하는 반면 경영계에선 과도한 보험료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6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69건의 법률안을 의결했다. 산재보험법과 고용산재보헙료징수법 개정안은 플랫폼 근로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할 때 '전속성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전속성’은 두 곳 이상에서 일하는 배달기사는 한 사업장에서 월 소득 115만원 이상을 벌거나 93시간 이상을 일해야 산재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준을 뜻한다.

그동안 플랫폼 근로자들은 전속성 규정 탓에 산재 보험료를 내고도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당수 배달 기사가 전업이 아니라 부업으로 일해 하루 노동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여러 사업장에서 동시에 일하는 경우도 잦아 '한 사업장에서 93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는 전속성 규정을 지키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안은 특고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를 ‘노무제공자’ 범위 안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어 노무제공자를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지급받는 사람으로서 업무상 재해로부터의 보호 필요성, 노무제공 형태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에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배달 기사의 산재보험 확대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분야 1호 법안이기도 하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22일 브리핑에서 "플랫폼 배달업을 일하다가 다치면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는 일자리로 만들기 위해 산재보험 전속성 폐지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법 개정은 최근 플랫폼 근로자 등 특고종사자 수가 늘어난 상황과 관련이 깊다. 지난해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근로자 중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56만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배달원은 42만8000명이다. 지난해 배달 과정에서 사고로 숨진 배달 근로자는 18명에 이른다.

노동계와 플랫폼 업계는 법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김병우 우아한청년들 대표는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배달 종사자 현안 간담회’에서 “산재 전속성 폐지 논의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명규 쿠팡이츠서비스 대표는 “전속성 폐지가 되면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는 전속성 폐지로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에 법 개정을 반대하는 모양새다. 업체의 보험료 부담이 늘면 중소 플랫폼 업체들이 대형 업체들과 경쟁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의결된 법률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여야 모두 찬성하는 법안인 만큼 정치권은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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