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도 가입·대중국 관계 관리는 과제…대통령실 "중국 배척 아냐"
[한미정상회담 D-3] 한미, 안보·경제 더해 기술동맹 발돋움
한미가 오는 21일 열리는 정상회담에서 동맹의 범위를 기존 안보·경제에서 '기술동맹'으로도 확대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8일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그동안 이어진 군사동맹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 동맹으로 확산했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기술동맹이 추가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한미간) 의제의 외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며 "합의 내용을 선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은 전통적인 군사안보 뿐 아니라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한미가 전략적인 공조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기술주권 확보 경쟁이 심화하고 기술의 '블록화' 등이 벌어지는 상황에 한미가 동맹으로서 함께 대처한다는 함의가 있다.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기술은 현재 가장 치열한 미·중 패권 전장 중 하나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 추격을 막는 것을 미중 전략경쟁에서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한국을 비롯한 신뢰할 수 있는 동맹·우방국과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고려대 교수 신분이던 지난해 6월 발표한 논문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신기술 쪽에서 미중 전략경쟁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고 본다"며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 경쟁에서 부각된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기존 질서를 대표하는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 입장에서도 현실적으로 미국과 상호보완적 협력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 차장은 이날 "반도체 설계에는 미국이 최강이고, 제조 공정은 삼성을 포함한 우리 기업이 최고"라며 "서로 원하는 것이 있고 협력할 것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 원천기술을 다수 보유한 상황에선 한국으로서도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참여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필수 불가결하단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기술은 군용과 민간에 모두 사용될 수 있는 이중용도 성격도 있다.

반도체, AI, 양자컴퓨터 등 첨단기술 확보가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한미동맹이 기술 분야로 외연을 넓히는 데는 이런 현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미동맹을 확장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다.

기술이 미중 패권경쟁과 직결되는 만큼 중국은 한미의 밀착을 경계할 것으로 보인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 양국이 "'디커플링'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한일 순방 과정에서 출범할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대해서도 중국은 견제의 눈초리가 역력하다.

참가국들은 현재 출범 선언문 초안을 협의 중이고 향후 협의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채워갈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중국은 지속해서 자국의 입장을 참가국들에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차장은 이와 관련해 "IPEF는 새로운 통상이슈를 중심으로 새로운 경제통상 협력체를 구축하는 것으로 여기에 중국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을 통해서 중국도 한국을 더 '귀하게' 여길 수 있다는 언급도 했는데, 동맹을 강화해 오히려 중국에게 한국의 전략적 필요성과 가치를 높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다만 여전히 중국과 뗄 수 없는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변화된 시대에 맞게 동맹을 발전시키면서도 실사구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새 정부가 '가치외교'를 표방했지만 신장위구르 등 중국이 극도로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할지는 지켜볼 문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공동성명에는 "국내외에서 인권 및 법치를 증진할 의지를 공유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는데,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이런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취지의 언급이 이번에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