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중국이 견제에 나섰다. 중국이 외교 라인을 통해 양국 간 공급망 유지를 강조하면서 한국이 미·중 ‘공급망 전쟁’에 휘말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중 양국 외교부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전날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첫 화상 통화를 하고 한·중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왕 부장은 양국 간 ‘4대 사항’을 거론하며 소통 강화 및 신뢰, 호혜 협력, 인적 교류, 국제협력 및 지역 안정 수호 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호혜 협력과 관련해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한국의 장기적인 발전에 끊임없는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각의 이익과 공동의 이익에서 출발해 디커플링과 망 단절의 부정적인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의 이런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이 IPEF에 참여할 가능성을 견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중국을 제외한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한국이 참여했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미국 주도의 IPEF는 무역, 공급망, 탈탄소 및 인프라 등 신(新)통상 분야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경제 협력체다.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견제하는 성격이 강한 협의체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IPEF 가입 추진에 대해 한·미 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려는 새 정부의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고 있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IPEF의) 초기 멤버로 참여해 무역, 기간 시설, 공급망 등의 국제규범 형성에 기여하면 경제안보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한국이 국제 통상질서 속에서 RCEP 못지않게 IPEF도 필요함을 중국에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