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통문 보낼듯…김정은 "통제가능" 장담속 환자 급증에 고민
1만8천명→17만4천440명→29만6천180명 등 급증추세…"정부, 국제기구와 협력해야"
정부, 주초 北에 '코로나 지원' 공식제의…북측 호응할까
정부가 이번 주 초 북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및 환자치료 지원을 공식 제의할 방침이어서 북측 호응 여부가 주목된다.

정부는 "가급적 이번 주 초에 북한에 공식적으로 제안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고위 관계자가 15일 밝혔다.

통일부가 관련 부처간 협의를 거친 후 남북 연락사무소 통신선을 통해 '방역 지원 의사가 있으니 실무접촉을 하자'는 취지의 대북전통문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코로나19 통계 발표치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으로 판단,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북 지원에 적극적인 자세인 것으로 관측된다.

북측이 남측의 호응에 응답할 경우 이를 고리로 남북간 실무 또는 고위급 차원의 접촉이 예상되지만, 현재 북한 내부 분위기로 봐서는 호응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현 상황이 지역 간 통제 불능한 전파가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 상황 통제에 자신감을 보이는 만큼, 당장 긍정적 답변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간단치 않다는 점에서 만약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경우 북측이 전향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으로 추정되는 신규 발열자는 12일 1만8천명, 13일 17만4천440명, 14일 29만6천180명으로 급증했다.

북한은 진단 키트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도구가 없어 '확진자' 대신 '유열자'(발열자)라는 용어로 환자를 집계한다.

이런 확산 속도는 김 위원장의 "봉쇄 지역과 해당 단위 내에서의 전파 상황"이라고 한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는 지나치게 빠른 것이다.

북한은 아프리카 에리트레아와 함께 지구촌에 둘뿐인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국가이다.

코백스(COVAX·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가 올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제조한 코로나19 백신 128만8천800회분을 배정했으나, 북한은 부작용 우려로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중국산 시노백 백신 약 300만 회분도 팬데믹이 심각한 다른 나라에 주라면서 인수를 거부했다.

이런 추세로 확산이 지속한다면 주민들이 통제 불가능한 전염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도 있다.

국경마저 봉쇄된 상황에서 코로나 발병 초기 선진국들이 겪은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 수급난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국제 사회는 일단 손을 내밀겠다는 입장이다.

박진 신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3일 통화에서 북한 내 코로나19 발생에 우려를 표명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인도적 지원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 역시 코백스가 미국이 기부한 화이자 백신을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다면 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건은 북한이 언제까지 '자존심'을 지키느냐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과 최규빈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한미의 북핵공조 등에 대응해 강경한 입장을 견지한 북한이 선뜻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면서 정세를 유화적으로 조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가 북한의 선제적 협력 요청 여부와 관계없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 정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유엔아동기금(UNICEF) 및 세계보건기구(WHO) 등과 협력 채널을 확대해 언제든 긴급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민 실장은 또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에 대북 백신 혹은 치료제 구매 및 조달을 위한 지정 기여를 추진하고, 5월 한미정상회의에서 양국이 자금 출연 및 기술협력 협의를 추진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