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생일 기념행사·열병식 등 개최…김정은, 1일엔 청년 수 만명과 사진
평양서 이미 '집단감염' 가능성…의료 인프라 등 열악해 심각 상황 번질 수도
'노마스크' 대형행사 잇달아 열었던 북한, 코로나 확산 우려(종합)
북한이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처음 공개하면서 확산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김일성 주석 생일(4월 15일) 110주년과 조선인민혁명군(항일 빨치산) 창설 90주년(4월 25일) 등을 계기로 열병식 등 대규모 인원이 집결하는 행사가 잇따랐다는 점에서 자칫 대규모 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주장해왔고, 이들 행사 참석자들도 모두 '노마스크'였다.

북한은 지난 8일 평양의 한 단체의 발열자들을 검사했더니,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BA.2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확진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발열자들'이라고 한 점에 비춰 다수일 가능성이 크다.

평양에서 이미 집단 감염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리는 BA.2는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50%가량 센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에 검사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증상은 그 이전부터 나타났을 것으로 여겨지며 잠복기까지 고려하면 4월 말∼5월 초에는 이미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이때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을 마친 뒤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등 관련 행사가 이어지던 시점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 수만 명의 청년을 평양으로 다시 불러 지난 1일 '릴레이 사진'을 찍었다.

김정은은 물론 청년들도 모두 '노마스크'였다.

열병식에 동원됐던 청년들이 각 지역으로 흩어졌다가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었고, 지방에 있는 대학생들을 데려오기 위해 새벽 2시부터 대형버스 수십 대가 동원되기도 했다.

만약 이들 중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면 상황은 상당히 심각해질 수 있다.

열병식에는 전국 각지의 72개 군부대가 참가했는데, 단체 생활을 하는 군부대 특성상 역시 코로나19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도 이런 점을 주시하며 북한의 코로나 발생 상황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마스크' 대형행사 잇달아 열었던 북한, 코로나 확산 우려(종합)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과학적이며 집중적인 검사와 치료전투를 시급히 조직전개할 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면서 "당과 정부가 지금과 같은 비상시를 예견하여 비축해놓은 의료품 예비를 동원하기 위한 조치를 가동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열악한 의료인프라와 진단키트나 치료제 등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당장은 자체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려 하더라도, 확산이 지속된다면 결국 감당하지 못하고 국제사회에 백신이나 치료제를 지원해달라고 도움을 청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이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음을 빠르게 인정한 것도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경제난도 심각해질 수 있다.

김정은은 엄혹한 방역 상황에도 영농사업 등 경제사업에 "놓치는 것이 있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지만, '이동 통제령'이 지속되면 경제활동에도 적잖은 파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