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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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등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개인 또는 법인이 모여 결성한 단체를 투자조합이라고 한다. 특정 개인과 법인들이 모여 투자수익을 나눠 갖는다는 점에서 사모펀드와 유사하다.

투자조합은 49인 이하 개인들이 결성하는 개인투자조합과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탈(VC)이 결성하는 벤처투자조합으로 나뉜다.

현행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조합 재산의 보관·관리를 은행 등 신탁업자에 위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개인투자조합에 대해선 재산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고시하는 일정 규모(20억원)를 넘어설 경우에만 위탁 의무를 부과했다.

반면 벤처투자조합에 대해선 그동안 위탁 의무 기준과 관련한 별다른 규정이 없었다. 벤처투자조합이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무조건 은행에 재산을 위탁해야 한다는 얘기다.

2020년 이전까지는 개인투자조합은 물론 벤처투자조합도 재산 위탁과 관련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신탁업자인 은행들이 투자조합 재산을 쉽게 맡아줬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라임 사태), 2020년 6월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옵티머스 사태)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수탁은행이 옵티머스 지시로 당초 투자대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 대신 비상장사 사모사채 등을 담아 책임 논란에 휘말린 것을 기점으로 은행들의 사모펀드 수탁 거부가 본격화된 것이다.

사모펀드와 실질이 다를 바 없는 투자조합 역시 은행들의 수탁 거부에 봉착했다. 벤처캐피탈업계에 따르면 현재 상당수 은행들은 출자금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한국벤처투자나 성장금융이 주요 출자자로 참여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투자조합 수탁에 응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나 벤처캐피탈이 투자자 유치(펀드레이징)를 완료하고도 수탁은행을 구하지 못해 투자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나타났다. 은행에 지불하는 수탁 수수료 역시 10배 가량 껑충 뛰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9월 개인투자조합에 대해서는 투자조합 재산 의무 위탁 기준을 종전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높이는 것으로 ‘급한 불’을 껐다.

재산이 20억원 미만인 개인투자조합은 수탁은행을 구하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의무를 면제해 준 것이다. 벤처투자법상 위탁 의무 기준에 대한 근거 규정이 있어 가능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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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벤처투자조합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현행법상 벤처투자조합의 위탁 의무 기준과 관련한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2일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벤처투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고 의원안은 벤처투자법 53조 1항에 ‘벤처투자조합 재산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규모 이상인 경우’를 삽입했다. 정부가 시장상황에 맞게 고시를 개정해 개인투자조합처럼 위탁 의무 기준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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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은 지난달 26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회부됐다. 고 의원실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업계의 숙원 사안으로 중기부에서도 법안 통과에 긍정적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사진=고용진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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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의원은 “이번 법개정으로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개인투자조합에 이어 벤처투자조합도 르네상스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기업가들이 필요할 때 필요한 자금을 수혈받아 기업을 일구고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그 성과를 흡족하게 나누는 건강한 벤처투자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