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은 ‘파격’ 그 자체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 정문에서 취임식 단상까지 180m를 걸으며 시민들과 일일이 ‘주먹인사’를 나눴다. 취임식 도중 전면 개방된 청와대의 풍경은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유명 연예인의 화려한 공연은 없었다.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오전 11시께 국회 정문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리자 ‘동서 화합’을 상징하는 대구·광주 출신 어린이들이 꽃다발을 건넸다. 이후 ‘위풍당당 행진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김건희 여사와 180m가량을 걸어 취임식 단상까지 이동했다. 참석한 시민들과는 주먹을 맞부딪치며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단상 입구에 들어선 윤 대통령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씨 등 ‘국민 희망 대표’ 20명과 함께 계단을 올랐다. 단상에 오른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았다. 문 전 대통령은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윤 대통령과 웃는 얼굴로 2초 정도 악수했다. 다음으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의 인사에 악수로 화답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를 소개하자 박 전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악수했다.

국기에 대한 맹세문은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전우회장인 전준영 씨 등 국민영웅 4인이 낭독했다. 애국가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로 이뤄진 ‘레인보우합창단’이 불렀다. 식사(式辭)는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인 김부겸 총리가 맡았다.

이어 윤 대통령은 객석을 향해 돌출된 낮은 무대로 내려와 취임선서를 하고 16분간 취임사를 낭독했다. 취임사 중엔 청중으로부터 37차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취임사가 끝난 뒤 오전 11시40분께에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면 개방된 청와대의 모습이 생중계됐다. 윤 대통령과 문 전 대통령 등 취임식 참석자들은 청와대 정문이 열리고 시민들이 들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축하공연이 끝나고 윤 대통령은 국회를 떠나는 문 전 대통령을 환송했다. 문 전 대통령과 나란히 단상을 내려가 차량에 탑승할 때까지 함께했다. 김 여사는 박 전 대통령과 함께 단상에서 내려와 차량까지 걸었다. 윤 대통령도 문 전 대통령이 탄 차량이 떠나자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배웅했다.

윤 대통령은 입장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역방향으로 국회 정문까지 걸어가면서 참석한 시민들과 주먹인사를 했다. 용산 집무실로 향하는 국회 앞 도로에서는 약 6분간 선루프를 열고 일어서 손을 흔드는 ‘깜짝 카퍼레이드’를 벌이기도 했다.

오후 4시께부터는 국회 본관에서 대통령 취임 경축연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오늘은 저 윤석열이라는 개인의 정치적 승리의 날도 아니고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의 승리의 날도 아니다”며 “평화적으로 다시 한번 정권교체를 이룩한 국민 승리의 날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승리한 날”이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건배를 제의하면서 두 번이나 ‘윤석열 정부’를 ‘문재인 정부’로 잘못 호칭했지만, 윤 대통령 등 참석자들은 웃으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