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논문 1 저자로 이모와 같이 썼습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누구라고요? 제 딸이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그렇습니다. 2022년 1월 논문에서." (김남국 의원)

"이모랑 논문을 같이 썼다는 얘기는 제가 처음 들어봅니다." (한동훈 후보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윤석열 정부 출범을 하루 앞둔 9일 진행됐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자 딸 특혜 논란 등과 관련 송곳 검증을 예고했으나 일부 의원들의 웃지 못할 착오는 웃음거리가 됐다.

최강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 딸이 노트북을 복지관에 기부했다는 것과 관련해 "물품을 지급했다는 기증자가 한 아무개로 나왔다. 후보자 따님의 인터뷰 내용은 '사회 공헌 부서에다가 연락했다'는 것인데, 회사 측은 '사회 공헌 부서는 없다, 남은 물품을 기증한 것이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한OO이라고 된 건 '한국쓰리엠' 같다. 영리 법인이라고 돼 있지 않으냐"라며 "제 딸 이름이 영리 법인일 순 없다"고 수정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실수 대열에 합류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 딸의 논문을 두고 "2022년 1월 26일 논문을 이모하고 같이 1 저자로 썼다"고 비판했다. 한 후보자가 "누구라고요?"라고 되물었고 김 의원은 "이모라고요 이모"라고 강조했다.

한 후보자는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재차 "제 딸이요? 누구의 이모를 말씀하시는 거냐"며 되물었다.

이어 "제가 (딸 교육에) 신경을 많이 못 쓰긴 했지만 이모와 논문을 같이 썼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고 말했고, 김 의원은 "논문을 한번 찾아보시라"고 주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발언이 끝난 후 김 의원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이모는 한 후보자 처가 쪽 조카가 쓴 논문의 교신저자인 조카의 외숙모 '이 모 교수'를 오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이모가 썼다는 논문은 같이 쓴 게 아닌 것으로..."라며 잘못 이야기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아닌 거죠?"라며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 딸의 봉사활동과 관련해 "따님이 여러 군데에서 수상하면서 2만 시간이 넘는 봉사활동 했다고 돼 있다. 2만 시간이면 하루에 10시간 잡고 2000일 아니냐. 5년이 넘는다. 5년간 매일 간 봉사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자료 제출에 응하지 않았다고 호통을 쳤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본인이 아니고 'her organization(단체)'이라고 돼 있지 않으냐. 단체가 했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자의 말에 "organization 자료를 내라고 한 것"이라며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민 의원은 이날 자신을 향해 '위장 탈당'했다고 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내가 언제 위장 탈당을 했나. 내가 탈당한다고 하고 안 하기라도 했나. 무례하고 모욕적인 언사를 온 국민이 보는 법사위 인사청문회에서 함부로 막 하나"라며 발끈했다.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들은 "개그콘서트가 망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냐"며 좌충우돌 청문회를 조롱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영리법인'이라 명시되어 있는데... '한OO'이니 네 딸이라고? 법인이란 게 원래 인간이 아닌 대상에 법적 인격을 부여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보다 빛나는 것은 '이 모 교수'를 이모로 해석하는 김남국 의원의 창의성"이라고 비웃었다.

진 교수는 "청문회가 아니라 개그 콘테스트를 보는 듯했다"면서 "처럼회, 이참에 극단 차려 대학로로 진출해 보는 것이 어떤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바보들. 공격의 포인트를 전혀 못 잡았다"면서 "현재 스코어, 민주당 의원들의 완패. 이럴 줄 알았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가 언급한 '처럼회'는 당내 새 주류로 자리 잡은 강성 초선 의원 모임이다.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위해 '꼼수 탈당'을 자청한 민형배 의원, 법사위에서 법안 논의를 주도하는 김용민·최강욱 의원 등이 모두 처럼회 소속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