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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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강행 추진에 대해 "고집을 부리다간 민심이 떠난다.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버림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2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기는 것 같이 보이지만 지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민주당은 검수완박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켜 비교섭단체에 등록시켜 꼼수 입법을 강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 소집에 대비해 문재인 대통령 영입 인사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사위에 배치했지만, 양 의원이 기대와 달리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이런 꼼수를 동원했다.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유출된 양 의원 명의 입장문에는 “나는 문재인 대통령 영입 인사로, 누구보다 문 대통령 성공을 바라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이번 (검수완박) 법안이 이런 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양 의원은 고졸 출신 여성으로 삼성전자에서 최초로 임원(상무)을 지낸 인물로 보좌관의 성 추문으로 탈당했다.

여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안전조정위원회는 쟁점 안건을 최장 90일간 심의하도록 했다. 이때 안건조정위원회는 3대 3 여야 동수로 구성하게 되어 있는데, 민 의원이 탈당함으로써 4대 2가 된 것이다. 문 대통령 임기 내 신속하게 검수완박을 통과시키고 국민의힘 반발을 무력화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문 전 의장은 이와 관련 "큰 흐름에서 명분이 있는 목표더라도 처리하는 방식이 누가 봐도 꼼수인 게 분명하면 이기는 것 같지만 지는 거다"라며 "정치의 본질은 지면 이기는 것이다. 이렇게 고집부리고 무리하면 민심이 떠난다. 지방선거에서 오히려 버림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민주당이 온라인 중심의 극성 당원들에게 압박을 크게 받을 것이라는 지적에 "그게 두려워 정치를 한다면 당장 때려치워야 한다"며 "역사와 국민이 무서운 거지 그들이 뭐가 무섭단 말인가"라고 일갈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또한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조급하게 일을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억지로 꿰다 보면 그릇이 깨진다.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우리의 원래 목표, 이거 다 깨져버리고 남아 있는 건 꼼수 탈당, 정말 민주당 하다 하다 별걸 다 한다고 하는 국민적 비판만 남게 됐지 않나"라며 "우리가 지는 길로 스스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5월 9일 이전에 해야 된다고 하는 달력 정치에 몰두하다 보니 국민적 공감대를 잃고 조급함을 드러내고 소탐대실하다가 자승자박으로 가는 구도에 스스로 빠졌다"면서 "정치인은,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도 민심을 먹고 산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지지해 주면 국회에서 소수파라도 이긴다"고 말했다.

한편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수완박 법안 관련 중재안을 여야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평소에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국민과 함께 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양당 의원총회에서 의장 중재안을 수용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국익과 국민의 관점에서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 입장을 반영해 국회 운영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는 것도 양당 원내지도부에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