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에 반발해온 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문제가 되는 부분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대처를 해달라”는 대안을 내놓고 정치권 설득에 나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고등검찰청 수장들을 만나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의 강행 처리 움직임과 일선 검사들의 반발을 수렴한 절충안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김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기소가 문제라면 그 부분에 국한해서 외과수술처럼 환부를 도려내달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 대책 없이 수사권을 다른 국가기관에 독점시키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날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민주당의 입법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김 총장은 검수완박 중재 대안으로 ‘형사사법 제도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립하고 다음달 대검에 ‘검찰 공정성·중립성 강화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박범계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전국 고검장 6명과 간담회를 열어 검찰 수사의 공정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박 장관이 검수완박 입법 움직임 이후 고검장들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 출신인 박 장관이 검찰 내부의 자체 개혁안을 바탕으로 당내 강경파들을 설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장관은 “민주당에서도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의 대원칙 아래 (검수완박 법안) 보완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과 대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일부 법안을 수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일선 검사들은 검수완박에 대한 비판 수위를 오히려 높이고 있다.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은 이날 대검 기자간담회에서 “공소 제기 전후로 검사의 수사가 금지되면 유죄 판결을 위한 입증 활동이 매우 축소돼 죄지은 자를 처벌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며 “위증에 대한 수사권도 없어지기 때문에 법정에서 증인이 거짓말을 해도 대응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대표회의를 마친 부장검사들은 입장문을 내고 “(민주당이) 다수의 일방적인 입법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마련한 국회의 안건조정 제도를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형해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김 총장 등 간부들에게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