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진=뉴스1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정부 부처 차관급 인선에서 여성 인재 등용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장관 지명자 가운데 여성이 3명(김현숙 여성가족부, 한화진 환경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16.7%에 불과해 (성별)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장관 후보자 인선을 두고 '서오남'(서울대·50대 이상·남성) '영육남'(영남·60대·남성) 내각이란 힐난이 적지 않았으니 그럴 만하다 싶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차 조각(組閣) 때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고, 가장 유능한 분을 찾았다"고만 했다. 당선인이 그렇게 얘기했으니, 후속 인사에서도 '인위적 안배' 느낌을 주지 않으려 할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여성 장관 30%' 같은 약속을 하지 않은 마당에 '새 정부는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겉으론 아닌 척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여론의 향배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깝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나온 당선인 측 관계자들의 발언이 영 개운치 않다. 한 핵심 관계자는 "국민이 대통령을 파격 인사했기 때문에 내각은 안정감을 중심으로 경륜과 경험을 봤다"고 했다. 이어 "인사혁신처의 33만 개 파일을 열람하니 실질적으로 차관급으로 일하는 여성이 많다"고 했다. 듣기에 따라선 장관에 '경륜 있는 남성'을 뽑았으니, 차관엔 '실력 있는 여성'으로 보완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사회 각 분야에 아직도 '유리 천장'이 공고하게 존재한다는 점에서 '실력 있는 여성'이 '경륜 있는 여성'으로 성장하지 못한 현실을 부정할 순 없다. 하지만, 그 천정을 깨려는 적극적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기에 앞서 '실력 있는 여성'의 차관급 기용으로 논란을 덮으려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을 살 만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관 인선에 대해 "검증 단계에서 배수(倍數)가 좁혀질수록 (남성과 60대 이상) 후보들이 다수로 많이 남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말도 '능력' '전문성'을 강조한 윤 당선인의 조각 기준에서 보면 여성 후보자들은 배수가 좁혀질수록 남성 후보자들보다 능력과 전문성에서 밀렸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윤 당선인도 1차 조각 설명에서 "어차피 지명해야 할 공직이 많다. 지역이나 세대·남녀가 균형 있게 잡힐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장관 인선은 당선인의 여러 고민의 결과이니 인정해주고, 보완해야 할 부분은 후속 인사에 반영할 것이라고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으로 여성 지지층 이반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인식이 어떤 반향을 불러올지 관심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를 포함해 과거 정부 차관 중 여성 비율은 높지 않았다. 새 정부의 여성 차관급 인사가 늘어나면 이들이 향후 장관 등을 맡을 '경륜 있는 인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만하다. 새 정부가 '빈말'에 그치지 않고 여성 인재를 적극 등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러면 '몇 %' 같은 말만 앞세운 이전 정부와 확실히 차별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고 생산적이지도 않은 '성(性) 대결'이란 사회갈등 요인도 줄일 수 있다.

하나 아쉬운 것은, 이번 장관 인선에서 부족했다고 지적받은 부분은 앞으로 있을 개각에서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지 않나.

장규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