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부모급여 지급, 기초연금과 병사 월급 인상 등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현금성 공약을 새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해 내년부터 이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재정건전성을 중시해야 할 보수정권이 연간 최대 17조원이 들어가는 포퓰리즘 공약을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8일 “대선 공약 중 부모급여는 내년부터 시행하고, 기초연금과 병사 월급 인상은 5년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 말 세부 정책과 로드맵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 전면 시행하는 부모급여는 아이를 낳은 부모에게 1년간 월 100만원씩 총 1200만원을 주기로 한 공약이다. 연간 태어나는 신생아(26만 명 기준) 부모에게 지급하는 급여는 3조1200억원에 달한다.

현행 30만원인 65세 이상 고령층의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하는 공약과 월 56만원 수준인 병사 평균 월급을 200만원으로 올리는 공약은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기초연금을 10만원 인상하면 연 8조8000억원이 더 들어간다. 군 장병 월급 인상에도 33만6000명을 기준으로 연 5조1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예산 부담을 덜기 위해 병사 평균이 아니라 병장 월급 기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인수위 내부에선 이들 공약 이행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민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후 35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예정돼 있는 데다 물가 부담까지 큰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는 포퓰리즘 공약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려면 통화 정책뿐 아니라 재정 정책에서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방만하게 운영돼온 예산은 반드시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