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한화시스템 등 핵심 구성품 시험 한창…2024년말 완료 목표
원거리서 탄도탄 '조기 격파' 가능…성공시 '사드급' 개량도 가능 관측
'北미사일 방어 핵심' L-SAM 개발 현장 가보니…시제기 첫 공개
"기술개발자 입장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급을 개발하기 위한 국내 기반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말씀을 드린다.

"
지난 6일 경기 용인시에 있는 한화시스템 용인연구소에서 만난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발되는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L-SAM)의 사드 대비 성능을 묻는 말에 이같이 힘줘 말했다.

이날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주관 '방산연구소 미디어데이'를 계기로 취재진이 찾은 용인연구소는 30년 역사를 지닌 레이더 개발의 '산실'로, 안테나 및 위성통합 시험 등 다양한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레이더 개발과 관련 성능 시험이 진행 중이었다.

그중 눈길을 끈 건 연구소 부지 내에 있는 연면적 533평 규모의 체계시험장에 있는 L-SAM의 핵심 센서인 다기능레이더(MFR) 시제기다.

L-SAM은 원거리의 표적을 레이더로 조기에 탐지해 유도탄으로 정확히 요격하도록 개발 중인 중·상층 방어용 무기체계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레이더는 한화시스템이, 유도탄은 LIG넥스원 등 국내 업체들이 주축이 돼 L-SAM의 주요 구성품을 개발 중이다.

L-SAM 주요 구성품의 시제기가 언론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 직접 본 성인 키의 3배 정도 높이의 정사각형 형태로 된 L-SAM MFR 시제기는 최대 150도 범위에서 회전이 가능한 형태로 광범위한 면적을 탐지한다.

트레일러 형태로 이동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실전 배치 시 항공기 수백 대, 탄도탄 수십 기를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고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전했다.

유도탄의 경우 지난 2월 충남 태안군 ADD 안흥종합시험발사장에서 비행 시험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후속 연구 및 시험이 진행 중이다.

같은 날 방문한 판교의 LIG넥스원 R&D 관계자는 "유도탄을 멀리 쏘기 위한 추진력과 빠른 속도로 발생하는 열을 견디도록 씌우는 전방 덮개 기능 등 관련 시험발사에 모두 성공했다"며 "추가적인 유도탄 종합 기능 체계 관련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北미사일 방어 핵심' L-SAM 개발 현장 가보니…시제기 첫 공개
L-SAM은 군의 독자 방공망인 이른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마지막 퍼즐'이기도 하다.

전력화되면 하층 방어용인 한국군의 패트리엇 미사일 체계와 중층 방어용이자 '천궁-II'로 알려진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와 연동이 가능해 군의 독자적인 다층·복합적 방어체계가 완성된다.

ADD는 L-SAM 체계 개발을 2024년 11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전력화 시기는 2026년께로 알려졌으나 최근 북한의 연쇄 도발로 방어망 강화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조기 배치 가능성도 점쳐진다.

L-SAM은 주한미군이 성주기지에서 운용 중인 사드 체계와 종종 비교 선상에 오른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때 킬체인(Kill Chain)-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 '3축 체계' 강화의 일환으로 '사드 추가배치'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L-SAM 조기 전력화'로 맞불을 놓기도 했다.

다만 현재 개발 중인 L-SAM을 사드와 동일한 수준의 요격체계로 보는 건 아직은 무리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2017년 당시 주한미군이 홈페이지에 올린 부대 소개 책자에 따르면 성주기지의 사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최대 1천㎞다.

탄도탄 탐지에 특화된 강력한 주파수 대역인 엑스(X) 밴드를 사용해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이에 비해 L-SAM은 항공기와 탄도탄 탐지 겸용인 에스(S) 밴드를 기반으로 개발 중이어서 주파수 대역 특성상 정확도는 사드보다는 떨어진다.

최대 탐지거리는 수백㎞ 정도라고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전했다.

유도탄은 높은 고도일수록 정확한 방향 제어 기술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사드가 최대 고도 150㎞까지 탄도미사일 요격이 가능한 데 비해 L-SAM의 최대 70㎞ 정도로 상대적으로 최대 방어 고도가 낮다.

그러나 가격대비 성능 측면에서 보면 L-SAM이 단연 '압승'이라고 국내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한 방산업체 관계자는 "사드는 구성품 중 레이더만 1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L-SAM 레이더는 수천억 수준으로 훨씬 저렴하다"며 "해외 무기 도입 시 막대한 보수 및 운영유지비가 추가로 드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은 '천궁-II'도 동급 무기인 미국산 패트리엇과 비교해 1개 포대 가격이 10분의 1 수준이라고 예시를 들기도 했다.

아울러 "국산무기는 성능개량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L-SAM이 일단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확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드급으로 성능개량을 한 'L-SAM II' 개발도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