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대검 반발에 "국회 겁박하나"…'시기' 고심 중 강성파 압력 고조
국힘 "민주, 이재명 방탄법 추진"…'양향자 사보임'에도 항의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이어가던 더불어민주당이 8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에 대한 검찰의 정면 반발에 맞닥뜨렸다.

민주당은 "썩은 살을 어떻게 도려낼지 고민하라"며 검찰을 강력 비판하면서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찰개혁 속도전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돼 '결행' 시점을 놓고 지도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이처럼 민주당과 검찰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된 가운데 오는 12일 열리는 의원총회가 '검수완박'의 국회 강행처리 여부를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 '검수완박' 거부한 檢에 "썩은살"…'개혁 속도전'은 고심
민주당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이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곧바로 대응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찰은 자신의 기득권 '썩은 살'을 어떻게 도려낼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면서 "조직 이기주의도 부족해 이익집단처럼 집단행동 움직임을 보이는 검찰의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회를 겁박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국회의 정당한 입법 활동에 대한 집단적 반발 움직임을 조성하는 검찰 행태를 엄중히 경고한다"면서 "검찰 스스로 기득권 내려놓기를 거부하기에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는 검찰 수사권 분리가 필요하다는 대원칙에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이를 실현할 방식과 시기를 두고는 고심하는 분위기다.

일단은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별도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보다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떼어내는 방향에 무게가 실린다.

핵심 쟁점은 형소법·검찰청법 개정을 '언제' 처리하느냐다.

당내 강경파는 문재인정부 임기 내 관련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며 개혁 속도전을 촉구하고 있다.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민주당 측 인사를 대상으로 한 수사기관 움직임을 '보복 수사'로 규정하는 것도 이런 속도전과 관련이 있다.

강성 지지자들의 요구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검찰개혁에 신중론 내지 속도조절론을 편 것으로 알려진 의원 5명을 가리키는 '의총 5적' 등의 명단을 만들어 수백, 수천 통의 '문자폭탄'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제사법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TBS라디오에서 "시기를 서두르는 것은 맞다"라면서 "선거가 있으니까 못하고 이렇게 질질 끄는 게 오히려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더라. 이번에 진짜 하기로 약속했으니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측면이 더 강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전날 단행된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법사위 사보임을 두고도 검찰개혁 법안의 강행처리를 염두에 둔 사전 작업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민생 현안보다 검찰개혁을 우선순위에 두는 모습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의 이탈을 부를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요구하는 당내에서 점점 번져가는 양상이다.

이와 관련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수사권 분리에는 사실상 '만장일치'인 상황이지만 아직 시기까지는 논의가 이르지 않았다"면서 12일 의원총회에서 토론을 통해 가닥이 잡힐 것으로 예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만나 검찰개혁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박찬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에 대한) 성토는 없었고 우리가 해야 할 부분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정도였다"며 "수사권 분리가 시대적 요구라는 것에 민주당 의원들은 다 동의하고 있지만 로드맵에 대해서는 의견이 동일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박병석 의장이 단행한 '양향자 사보임'에 대한 반발을 이어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틀째 국회의장실을 찾아 항의했다.

법사위 법안 처리 시 사보임으로 교체된 무소속 양 의원이 사실상 '여당 몫'으로 안건조정위 논의 자체를 무력화 할 것으로 국민의힘은 의심하고 있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때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로 구성된다.

안건조정위 재적위원 6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은 통과된다.

'여당 3인·야당 3인'으로 구성되는 안건조정위에 무소속 양 의원이 '야당몫'으로 참여하면 민주당이 원하는 법안을 얼마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독단적 사보임은 민주당이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검수완박을 통한 '이재명 방탄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습적으로 진행됐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