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출신 인사 입각, 지방선거 전엔 어려운 환경…연정, 현 상황서 현실적 한계"
"尹당선인, 민주당 좋은 분들과 잘 의논해 정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확실"
"자리 욕심 없다"…내각·비서실 참여 가능성에 "좋은 분들 많아"
[인터뷰] 김한길 "인위적 정계개편 없다…무르익으면 변화 가능성 열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7일 "정계 개편은 누가 인위적으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무르익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정계개편을 제가 시도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것이 전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위적 정계개편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네.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DJ(김대중 전 대통령) 말씀대로 정치는 생물"이라며 "제가 주도한다는 뜻이 아니라 무르익은 상태가 되면 여러 가지 변화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대표를 지냈고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도왔던 김 위원장은 그동안 여소야대 정국 돌파를 위해 정계개편과 관련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러한 언급은 당장의 인위적인 정계개편에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도 6·1 지방선거 결과 등을 계기로 이후 여건에 따라 자연스럽게 현재의 여야 구도에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정치하는 사람이 어떤 당에 속했다가 '이 당이 내 정치적 소신을 대변하지 못하는구나, 여기에선 내 뜻을 펼치는 데 한계가 있구나'라는 확신이 들면 다른 시도를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정계개편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누군가가 이를 구체화해 실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그것 없이 인위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김한길이가 또 정계개편 같은 것을 시도하지 않겠나'라고 생각하는 것 아니겠나"라며 과거에도 인위적 정계개편은 실패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소야대 정국 돌파 방안에 대해 "협치가 필요한 때"라며 "정치하는 사람 사이에서 서로 동의할 수 있는 국가를 위한 공동 목표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 경로를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정치인데 지금까지 그렇게 못했어도 앞으로라도 할 수 있는데 제가 할 역할이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 김한길 "인위적 정계개편 없다…무르익으면 변화 가능성 열려"
김 위원장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의 윤석열 정부 입각 가능성에 대해선 "윤 당선인은 민주당에 좋은 분이 많고 그런 분들과 잘 의논해 정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확실하다"면서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일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기는 상당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당제가 갖는 텐션(긴장)이 양당에 다 필요하고, 그 결과로서 선거에서 표를 달라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며 "가령 역량을 갖춘 민주당의 누군가에게 새 내각에 와달라고 해서 그분이 수용하면 그쪽 세력에게 좋은 이야기를 못 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그렇다고 지금 연정으로 갈 수 있는가.

지금 상황에서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라며 당장의 연정 가능성에도 거리를 뒀다.

지방선거 이후의 협치 내각 또는 연정 전망에 대해선 "민주당 안에서도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 당선인의 개헌 입장과 관련, "선거 과정에선 표를 더 얻기 위한 의도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개헌을 이야기하는 건 옳지 않다는 입장이었다"며 "이제는 개헌 필요성에 대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두고 차분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 김한길 "인위적 정계개편 없다…무르익으면 변화 가능성 열려"
국민 통합이 가장 필요한 분야로는 정치 진영 간 양극화, 경제적 양극화 등 2가지를 꼽았다.

특히 "제가 젊을 때만 해도 국가 지도자가 되는 과정을 불문하고 그 권위 자체에 순종하는 사람은 다수, 적극적 저항은 소수였지만 지금은 거의 5대 5이고, 차이가 나야 0.7%포인트(이번 대선 1·2위 후보 간 격차가 0.73%포인트) 정도로 양극화가 심각해졌다"며 "이 간극을 좁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윤 당선인을 도왔던 배경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이 세력이 이대로 더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 "(탄핵 정국 당시) 촛불 정신의 으뜸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그만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당시 후보가 탈(脫) 청와대를 공약했지만, 이런저런 제약이 있다고 그냥 (청와대에) 있었고 결과적으로 제왕적 대통령제가 5년 연장됐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추진에 대해선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뒤 하나회를 척결해 굉장히 용감한 결단으로 평가받았다"며 "용산 시대가 열리면 또 한 번의 용기 있는 역사적 결단으로 남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김한길 "인위적 정계개편 없다…무르익으면 변화 가능성 열려"
윤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방침과 관련해선 "지난 5년간 여가부의 행태는 굉장히 실망스럽고 실적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다"며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여가부 홍보 영상 등은 오히려 남성을 적으로 만들며 분열적 행동을 해왔다"며 "그런 분열적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통합에 일조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대선 결과 젊은 여성 표가 저쪽(민주당)에 더 갔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너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국민통합위 운영 계획과 관련해선 "5월 초에 최종 전체회의를 하고 국정과제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며 "(새 정부 출범 후)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서 위상을 어떻게 정립하는지에 대한 준비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에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 "자리 욕심은 없다"며 "윤 당선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일하도록 내가 도와야지, 만약 성공하지 못하면 굉장히 괴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사람들에게 제가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된 조언을 할 수 있으면 그게 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내각 또는 대통령실 참여 가능성을 놓고는 "그런 건 유능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며 답변을 아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