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시민사회의 잘못된 주장을 필터링하지 못한 결과’라는 진단이 나왔다.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임대차 3법 등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부동산 정책을 시민사회로부터 반론 없이 수용하면서 수도권 민심의 이반을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는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대선 사후강평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사전에 입수한 발제문에 따르면 발제자인 최병천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노무현 정부 당시와 논리·정책·실수·반성의 패턴까지 똑같다”며 “민주당은 정책적 역량의 부족을 진보적 시민사회의 주장을 수용하는 것으로 메꾸는데, 이 과정에서 이념만 앞선 ‘로빈후드적’ 주장이 대거 정책에 반영되면서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로빈후드는 영국 전설 속의 의적으로, 부자들을 약탈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같은 정책 실패의 가장 치명적인 사례로 꼽힌 것은 종합부동산세다. 최 전 부원장은 “지난 5년 사이 종부세 대상 인원은 3배 증가하고, 세액은 14.3배 급증했다”며 “진보 진영에서는 종부세를 개편해 보유세율을 끌어올리면 주택가격 상승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유세 수준과 부동산 상승 수준은 대체로 무관하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진단했다. 종부세가 집값은 잡지 못하면서 시민의 세 부담을 대폭 늘렸는데, 민주당 내에서는 종부세가 ‘상위 2%만 내는 세금’이라는 이유로 이를 방치해 수도권의 민심 이탈을 가속했다는 비판이다.

임대차 3법은 20대 대선 패배의 원인일 뿐 아니라 조속히 개편하지 않으면 향후 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시한폭탄’으로 지목됐다. 최 전 부원장은 “임대차 3법 시행 후 2년이 지나는 올해 8월부터 서울에서만 매달 7만8000건의 전·월세 계약이 체결된다”며 “이 시점부터 체결되는 계약은 갱신청구권 행사가 끝난 신규 계약으로, 전세가 폭등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최 전 부원장은 잘못된 부동산 정책 보완을 위해 양도세 중과를 유예한 뒤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주택가격 상승을 제어하지 못하는 종부세를 없애고 조세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민심을 되돌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갱신청구권의 실효성을 살리기 위해 가격 제한을 없애거나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민주당 내 주류를 차지하는 친문계 의원들과 핵심 지지층의 동의를 얻을지는 미지수다. 세제 강화를 통한 고가 부동산 보유자·다주택자 규제는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브랜드 정책’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 동안 유예해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출회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청와대와 당내 반대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범진/오형주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