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선서 집권 여당 승리로 4연임 성공
애국자냐 독재자냐…또 집권 연장한 EU 내 스트롱맨 오르반
헝가리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피데스가 승리하면서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한 빅토르 오르반(59) 총리는 지지자에게는 애국자지만 그를 비판하는 사람에게는 독재자로 통한다고 AFP가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현재도 유럽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인 그는 이번 선거서 야당 연합의 도전을 물리치고 헝가리를 계속 이끌게 되면서 '변형적인 반(反)자유적 혁명(transformative illiberal revolution)'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오르반 총리는 국제주의 엘리트와 브뤼셀을 무시하면서 민족주의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으나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립적 태도를 취하면서 폴란드와 같이 자연스러운 동맹으로부터도 고립됐다고 AFP는 전했다.

그는 또 최근까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극우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등 보수 인사들에 구애하고 있으나 시작은 진보적이었다.

그의 정치경력은 공산주의가 몰락하던 시기에 법대생으로 시작됐다.

1989년 민주주의와 소련의 철군을 요청한 연설로 국내에서 이름을 알리게 된 그는 1990년 청년민주동맹(현 피데스)을 공동으로 창당하고 국회의원이 됐다.

오르반 총리는 급진주의에서 벗어나 피데스를 가족과 기독교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춘 중도우파 세력으로 변화시켰다.

보통 사람들과 소통하는 능력을 보여준 그는 이 덕분에 35세였던 1998년에 총리가 됐다.

그러나 첫 총리 임기는 순탄치 못했고 2002년과 2006년에 사회주의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참패를 당했다.

2010년 재집권하면서 3분의 2 의석으로 무장한 오르반 총리는 국가 제도에 대한 하향식(top-down) 개혁을 단행하고 새 헌법을 도입, 이른바 반(反)자유적인 민주주의를 밀어붙였다.

이와 함께 선거제도를 여당인 피데스에 유리하게 변경하면서 2014년과 2018년에도 3분의 2 이상 의석을 차지하면서 재집권했다.

오르반 총리의 조치에 대해 헝가리 국내외에서는 국내외에서 사법 독립 침해 및 학문 자유 침해, 언론 탄압, 선거 조작 등 비판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그는 유럽연합(EU)와 반복적으로 부딪혔는데 특히 반(反)이민 정책이 이런 충돌을 가중시켰다.

그는 2015년에 장벽을 설치하고 망명 요청권을 제한하면서 스스로 '기독 유럽'의 수호자를 자처했으며, EU의 비판에 대해서는 국익 수호라고 대응했다.

그럼에도 헝가리에 대한 EU의 지원은 그의 임기 내 계속됐다.

그러나 유럽집행위원회는 법치와 부패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지난해 헝가리의 포스트 코로나 지출 계획에 대한 72억 유로(9조6천800억원 규모) 지원을 거부했다.

나아가 미성년자에 대한 동성애 조장을 금지하는 법은 더 큰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오르반 총리의 지지자들은 3.8%로 낮은 실업률, 지난해 7.1%까지 올라갔던 높은 경제성장률을 평가하고 있다.

싱크탱크인 '정책솔루션'의 가보르 죄르는 오르반 총리의 목표를 '선거를 통해 교체하기 어려운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