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외교 총괄 김여정·군서열 1위 박정천 이례적 동시 담화…'위임'도 언급
9·19군사합의 파기 '명분쌓기' 관측도…전문가 "대남 강대강 행동전 예고"


북한이 3일 서욱 국방부 장관의 사전 원점 정밀타격 관련 발언을 거론하며 거친 '말폭탄' 담화를 연달아 발표해 그 의도가 주목된다.

남측 군 당국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 징후 때 원점을 타격할 것이란 경고를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과 박정천 당 비서의 비난 담화를 연달아 내며 발끈했다.

전문가들은 남북 간 대결 구도를 본격화하고, 새 정부를 향한 기선 제압에 나서는 것 아니냐고 관측한다.

아울러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내놓은 두 담화는 앞으로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수순으로 가려는 명분 쌓기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김여정 부부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데다가 대남·대미 외교를 총괄하는 인물로, 김 위원장의 '입' 역할을 해왔다.

이번 담화에서 "나도 위임에 따라 엄중히 경고하겠다"고 한만큼 대남 경고가 김 위원장의 의중을 반영한 것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간 남측을 향해 말 폭탄을 쏟아내 온 김 부부장은 지난해 9월 25일 이후 약 반년간 침묵하다가 이번에 다시 "미친놈", "쓰레기", "대결광"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포문을 열었다.

또 담화를 내놓은 박 비서는 김 위원장을 제외하고 북한 내 군 서열 1위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김 부부장과 박 비서가 동시에 대남 비난 담화를 내놓은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의 군 서열 1위가 담화를 낸 것 역시 지난해 3월 26일 리병철 당시 당 비서 겸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비난하며 미사일 시험발사가 주권국가의 자위권이라고 주장한 이후 약 1년여 만에 처음이다.
北, 서욱 한마디에 릴레이 '말폭탄'…새정부 기선제압 나섰나
이처럼 북한이 고위급 인사들의 입을 빌어 대남 비난 포문을 연 것은 향후 남북관계 대결 구도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이 '선제타격' 개념과 거의 유사한 사전 원점 정밀타격 발언을 맹비난했다는 점에 눈에 띈다.

서 장관은 지난 1일 열린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와 공군 미사일방어사령부 개편식을 주관하며 훈시를 통해 "특히 미사일 발사 징후가 명확할 경우에는 발사 원점과 지휘·지원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미사일 징후시 원점 정밀타격 방침은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군의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체계'를 구성하는 '전략적 타격체계'의 일환이다.

전략적 타격체계는 과거 보수 정부 시절의 '킬체인'(Kill Chain) 체계와 대량응징보복(KMPR) 개념을 포괄하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국방장관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국방부는 북한의 담화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지켜보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김 부부장과 박 비서는 서 장관의 이번 훈시 내용을 '선제타격 망언'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북한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시절 "킬체인이라 불리는 선제타격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 바 있었으나, 고위급이 나서지 않고 선전매체를 통해 비난했다.

북한이 이날 담화에서 윤 당선인이나 후보 시절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달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강 대 강 태세를 예고해 기선제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북한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110주년을 앞두고 담화전을 통해 강 대 강 행동전을 예고하면서 대남 측면에는 새 정부 길들이기, 대미 측면에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 부각 및 협상 새판짜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부장과 박 비서의 담화가 이미 전 주민이 보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4면에 실렸고, 대내 매체인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것을 보면 내부 체제결속에 나서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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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여정 부부장이 남측에 대해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한 발언에 주목한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우리는 남조선에 대한 많은 것을 재고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난해 10월 가까스로 복원한 남북통신연락선을 다시 끊거나 2018년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서 파기 검토를 시사한 것 아니냐고 관측한다.

9·19 군사합의는 지상과 해상, 공중에 각각 완충구역을 설정해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우발충돌을 막는 내용이 골자다.

북한은 체결 이후 대체로 이 합의서를 준수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악의 경우 2020년 김 위원장의 '전격 보류' 결정으로 무마됐던 대남 군사행동 카드를 재차 꺼내 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3월 이미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경고했던 통일부의 공식 맞상대 격인 대남대화 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폐지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밖에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협력·교류 기구 폐지도 거론된다.

북한이 지난달 금강산 내 남측시설인 해금강호텔을 철거하는 정황이 포착된데다가 김 위원장이 지난해 직접 금강산지구를 '우리식'으로 건설할 것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양 부총장은 "담화전(戰)이지만 남북통신연락선 단절과 조평통 폐지, 9·19 군사 분야 합의서 백지화 등의 재고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 출범부터 험난한 남북관계를 예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