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과 회동 끝내고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김병언 기자
< 尹과 회동 끝내고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김병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했지만 인수위원장직 얘기는 오가지 않았다. 윤 당선인이 이번 주말까지 인수위원장을 선임하기로 한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인수위원장 후보인 안 대표와의 회동 자리에서 인수위원장직을 제안하지 않은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은 “교감은 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안 대표가 아닌 다른 인물이 인수위원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윤 당선인과 1시간40분 동안 도시락으로 오찬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인수위) 인사에 대한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화 합의를 했을 당시 (윤 당선인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함께 가까운 시간 내 자리를 마련하고 국정 전반을 논의하자고 했다”며 “오늘은 지난번에 약속했던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윤 당선인이 인수위원장직) 제안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찬은 안 대표가 인수위 구성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윤 당선인이 먼저 안 대표에게 회동을 제안했고 안 대표도 응했다. 둘은 당초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점심 무렵 회동 장소가 국민의힘 당사로 바뀌었다. 전날 윤 당선인과 식사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신속항원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각자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뒤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국정운영 방향과 관련해 전반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안 대표는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 복원해야 할 민주주의, 경제, 데이터산업 등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과학·기술, 교육, 코로나19 보건, 소상공인 자영업자 손실보상 등 시급한 문제에서 뼈대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를 주로 이야기했다”며 “데이터산업, 플랫폼 정부 구성과 관련해서도 (두 분이) 많은 말씀을 나눴다”고 했다.

이 같은 대화는 안 대표가 인수위원장직 수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조언한 것 자체가 이미 새 정부 운영에 관여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대선 전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인수위 문제와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협의하기로 합의했다.

윤 당선인도 안 대표에게 “향후 국정운영에 함께 노력하자”며 협조를 부탁했다. 장 실장은 “인사 문제는 말하지 않았지만 교감은 하지 않았나 싶다”며 “구체적인 이름과 명단을 두고 대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안 대표가 아닌 ‘제3의 인물’을 인수위원장으로 임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당선인은 최근 측근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에 대한 욕심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기존 정치인이 아닌 새로운 인물에게 인수위원장직을 맡기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인수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를 구상할 인물인데, (윤 당선인이) 자신의 정치철학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뽑고 싶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향후 국정운영은 통합과 소통, 두 가지 키워드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일치시키고, 앞으로도 이 같은 만남의 기회를 자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인엽/성상훈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