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무효 처리된 투표수가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이의 득표 차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후보들의 뒤늦은 사퇴와 사전투표 당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의 부실 진행 등으로 인해 무더기 무효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무효 처리된 투표수는 30만7542표(0.90%)다. 이번 대선의 무효표는 1997년 15대 대선의 40만195표 이후 25년 만에 가장 많다. 또한 윤 당선인과 이 후보 간 득표 수 차이인 24만7077표(0.73%)보다도 많은 수치다.

이렇게 대량의 무효표가 나온 데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뒤늦은 사퇴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두 후보는 모두 지난달 25일 투표용지가 인쇄된 뒤 윤석열 당선인과 이 후보를 각각 지지하면서 후보직에서 물러났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인쇄해 배부하는 사전투표에선 두 후보 이름 옆에 ‘사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를 사용하는 본투표에선 이런 표시가 없었다. 지난 9일 본투표 날에는 경기 지역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용지에 안 후보 이름이 있다”며 투표용지를 찢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두 후보가 사퇴를 선언하기 이전인 지난달 23일에서 28일 사이 치러진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다량의 무효표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두 후보에게 행사된 표는 모든 무효표 처리가 이뤄졌다. 사전투표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투표가 부실하게 치러진 것이 무효표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후보 지지자가 1·2위 후보 간 표 차이보다 무효표가 더 많다는 이유로 재검표를 요구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9일 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는 일부 의원이 투표참관인으로부터 받은 무효표 사진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어떻게 이 표가 무효표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일도 있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