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00시 54분 전국 개표율이 60%를 돌파했다. 개표현황에 따르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48.51%(988만2219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48.02%(978만3443표) 득표율을 기록했다. 전국 개표율은 60.30%로, 선거인 수 4419만7692명 가운데 개표는 2054만6191건 완료됐다.
정의당은 9일 심상정 대선 후보의 득표율이 2.5%로 예상된다는 방송 3사와 JTBC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9일 KEP(KBS MBC SBS)와 JTBC의 출구(예측)조사에서 심 후보의 예상 득표율(2.5%)을 확인한 정의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새어나왔다. 예상보다 저조한 득표율에 당황하고 충격받은 기색이 역력했다. 앞서 심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두 자릿수 득표율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 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점퍼를 입고 모인 정의당 관계자들은 방송사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예상 득표율만 공개하고 심 후보의 득표율을 TV 화면에 내보내지 않자 “왜 정의당은 안 보여주느냐”는 볼멘소리를 내기도 했다. 20대 여성 중 상당수가 이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 결과에도 실망하는 모습이었다. 20대 여성은 지난 대선에서 심 후보의 주요 지지층 중 하나였다.이동영 수석대변인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득표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2030세대와 여성 등 지지 기반을 탄탄하게 확보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 “대선은 당락이 중요한 선거는 아니었다. 곧 있을 지방선거를 위한 지지층 기반을 다지려 한다”고 했다.심 후보는 촛불집회 이후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에서 6.17%를 얻었다. 진보정당 대선 후보로 얻은 역대 최고 득표율이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2002년 16대 대선에서 3.89%를, 2007년 17대 대선에선 3.01%를 얻었다.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박빙의 대결, 분열된 대선.”미국 워싱턴포스트는 9일 치러진 20대 한국 대통령선거의 출구(예측)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렇게 평가했다. 주요 외신은 실시간으로 한국 대선 관련 소식을 전하며 당선인을 예측하기 어려운 ‘초박빙’ 선거라고 입을 모았다.로이터통신은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와 JTBC 출구조사 결과를 모두 속보로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대선 투표가 종료된 가운데 승패를 가리기 힘든 접전 상황”이라며 “이번 대선은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 경제대국의 5년을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출구조사로는 승패를 가리기 어렵다”며 “결과는 이날 밤늦게야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한국 대선 라이브 페이지를 운영한 뉴욕타임스(NYT)는 유권자들의 말을 인용해 “싫어하는 사람들의 경쟁” “차악을 택하는 선거”라고 이번 대선을 평가했다. NYT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막판까지 승패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 2030세대를 주목하기도 했다. NYT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20~30대 유권자들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며 “조사 결과 한국 2030세대의 20~30%는 투표하기 전에 선호하는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일본 언론도 한국 대선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교도통신은 “방송 3사 합동 출구조사에서 보수계 최대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득표율이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중국 매체들도 일제히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며 관심을 쏟았다. 중국 신화통신은 “집권당인 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며 “막상막하의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선거라고 평가하면서도 외신들은 당선되는 후보가 ‘중대한 과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박빙 선거로 분열된 여론을 통합해야 하는 과제와 미·중 갈등 등 외교적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두 후보의 ‘경험 미숙’을 지적하기도 했다. “윤 후보와 이 후보 모두 중요한 외교정책 경험이 없다”며 “중국과 미국의 갈등이 불거지고 북한의 위협이 가중되는데 이들은 과거와 다른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고 했다. CNN방송은 “누가 당선되든 성차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20대 대통령선거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간 전례 없는 ‘초박빙 승부’로 전개된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높은 정권교체 여론과 야권 단일화 효과 등을 감안하면 윤 후보가 ‘백중 우세’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 후보가 10%포인트 격차로 이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단일화 효과가 생각보다 미미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오히려 20대를 중심으로 젠더 이슈가 큰 영향력을 발휘했음이 확인됐다. ‘이대남’ 尹 지지 ‘이대녀’ 李 몰표가 상쇄9일 투표 마감 직후 공개된 KEP(KBS MBC SBS) 공동 출구(예측)조사에서 윤 후보(48.4%)와 이 후보(47.8%)의 예상 득표율 격차는 오차범위(±0.8%포인트) 내인 단 0.6%포인트에 불과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 출구조사 역시 이 후보(48.4%)와 윤 후보(47.7%)의 격차가 0.7%포인트에 그쳤다.KEP 조사에서 이 후보의 20대(18~19세 포함) 예상 득표율은 47.8%로 윤 후보(45.5%)에게 근소하게 앞섰다. 이전에 시행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대남(20대 남성)’의 지지를 바탕으로 이 후보를 압도했던 것과는 딴판이다.전문가들은 20대에서 성별에 따라 표심이 크게 엇갈린 점에 주목하고 있다. 윤 후보는 20대 남성에서 58.7%를 얻어 36.3%에 그친 이 후보를 압도했다. 그러나 20대 여성에선 이 후보(58.0%) 예상 득표율이 윤 후보(33.8%)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20대 여성의 이 후보 지지율이 20대 남성의 윤 후보 지지율과 비슷해진 것이다. 30대에서도 남성은 윤 후보가 10.2%포인트 우세했지만 여성에서는 이 후보가 5.9% 앞섰다. 그 결과 20대에서 윤 후보가 오히려 이 후보에게 뒤처지면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한 ‘세대포위론’은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세대포위론은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60대 이상 연령층에 새롭게 보수화가 진행된 2030세대를 더해 민주당 지지세가 두터운 4050세대와 맞서겠다는 전략이다.정치권에서는 선거 막판 20대 여성의 표심이 이 후보 쪽으로 크게 쏠렸을 수 있다고 본다.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지난 8일까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회원 수 82만 명의 국내 최대 여성 커뮤니티 ‘여성시대(여시)’와 ‘인스티즈’ 등 커뮤니티에 공을 들였다. 이 후보는 ‘데이트 폭력 처벌법’ 신속 제정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전국 확대 등 성범죄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공약도 내놨다.반면 윤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전면에 내걸어 이대남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얻었지만 ‘이대녀’를 향해서는 별다른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그러자 당초 부동층 비중이 높았던 2030 여성들의 표심이 이 후보 쪽으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 견해다. 김용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기획본부장은 “저희가 반성할 게 있다”며 “그동안 이대남 공략을 위해 여가부 폐지 등 여러 정책을 선보여 득점한 것도 있지만 실점한 것도 많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단일화 피로감 예측 실패한 野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꼽혔던 야권 단일화 효과가 예상보다 작았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단일화 논의가 잡음만 나오며 늘어지다 보니 유권자들의 피로감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단일화가 사전투표 직전에 전격적으로 이뤄지면서 효과를 살릴 시간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민주당에서는 “성급한 야권 단일화로 ‘역풍’이 불면서 오히려 이 후보가 반사이익을 봤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에 발표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안 대표 지지층이 윤 후보보다 이 후보로 더 이동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의 ‘자만’도 한몫했다는 얘기도 돈다. 당초 국민의힘은 선거 막판 판세를 유리하게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대표는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여론조사 금지 기간 이전에 5~8%포인트 정도 격차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결국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분들이 투표 성향을 정하면 많게는 10%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역시 본투표 당일 비슷한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의도연구원이 중도층 여론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 건 (여론조사) 표본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오형주/김인엽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