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분 통화…"韓, 전쟁 참상 잘 안다"…대러제재 동참 설명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위기극복 위한 한국 지원 요청
문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과 통화…"대화노력 지지"(종합)
문재인 대통령은 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30분 가량 통화를 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한 것은 2020년 4월 10일 이후 약 1년 11개월만이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대단히 안타까운 상황에서 다시 통화하게 됐다"며 "러시아의 무력 침공으로 희생당한 분들과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침략에 결연히 맞서 싸우는 대통령님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용기와 희생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의 참상을 누구보다 잘 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슬픔과 역경에 깊이 공감한다"며 "우크라이나가 조속히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를 기원하며 한국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전황을 설명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위기 극복과 방어를 위한 가용한 지원을 한국 측에서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가 보존돼야 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 노력을 지지한다"며 한국 정부의 입장과 국제사회의 대러 제재 동참 등의 조치를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우크라이나 국민과 피난민들을 위해 1천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긴급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의료품을 지원하고자 하는데 신속한 지원으로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 정부는 한국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안심하고 체류할 수 있도록 인도적 상황을 고려한 '특별 체류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에 우리 국민 40여 명이 체류 중인데 이들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생활 기반이 있어 잔류를 희망하고 다른 일부는 출국을 준비 중"이라며 "우리 국민의 철수가 신속하고 원활히 이뤄지고 남아 있는 국민이 안전하게 체류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고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인 교민 보호 필요성에 공감하며 우크라이나 외교부에 전하겠다고 말하고 "문 대통령의 따뜻한 말씀과 격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또 "이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놀라운 국가임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9년 10월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단결과 희생이 있기에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낼 것으로 믿는다"며 "한국과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용기를 내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역경을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굳건한 지지와 한국 국민들의 연대를 보낸다"고 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용기를 주는 말씀에 감사하다.

우크라이나 국민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지난달 28일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통화하는 등 각국 정상들과 통화하며 러시아 침공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