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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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에겐 누구나 측근이 있습니다. 당연히 최고 수장인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이나 대선 후보가 해야할 판단에 대해 조언을 하거나 도움도 줄 수 있습니다. 그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고, 또 문제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그 측근이 철저히 원칙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법·예산·형벌 규정 등에 외압을 넣으면 문제가 됩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의 정치사를 보면 강한 권력을 가진 이의 측근들은 늘 '측근'으로만 머물지 않았고, 원칙을 깨왔습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강한 권력의 유혹을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강원 강릉)은 28일 자신의 지역구인 강원도 유세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임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윤핵관'중 한명으로 잘 알려진 권 의원은 자신의 측근이자 옆 지역구 의원인 이철규 의원(강원 동해)을 언급하면서는, "모든것이 인간관계"라며 "법과 원칙도 있지만, 예산사업과 지역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결국 '지역구 의원이 힘이 있느냐 없느냐', '대통령과 인간관계가 좋으냐 나쁘냐', '행정부가 지역의원한테 잘 보여야 되느냐 안 잘 보여야 되느냐'에 좌우된다"고 말했습니다.

강원 지역에 '권성동' '이철규'라는 윤핵관들이 지역구 의원으로 있으니 윤석열 후보가 만약 대통령이 되면 법과 원칙에 앞서 친분을 통해 예산을 끌어오겠다는 뜻입니다. '법과 원칙도 있지만, 대통령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말은 사실상 대통령 측근이라는 '힘'으로 법과 원칙을 깨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산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어딘가에 예산을 쓴다는 의미는 또 다른 어딘가에는 예산을 쓰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늘 기획재정부 등 행정부는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먼저 쓸지 우선순위를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여기에 예산의 효율성, 지역 균형 등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야 함은 당연한 얘기입니다.

대통령의 측근인 실세 지역 의원이, 자신들에게 '잘보이려고' 하는 행정부 공무원를 향한 '외압'을 통해 예산을 가져온다면, 당연히 이러한 합리적 기준은 발휘될 틈이 없습니다. 행정부의 예산편성 기준과 원칙이 얼마나 합리적인가와는 별개로, 이것이 대통령 측근의 자의적 힘보다는 나을 거란 건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일입니다.'국민 세금'이 원천인 예산이 합리적 기준이 아닌 힘있는 대통령의 측근의 자의성으로 쓰여지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자 유권자들을 화나게 하는 일일겁니다.

집권후 국가 예산을 측근으로서 가져오겠다는 보답을 제안하는 유세는 다수의 지지자들 입장에선 결코 웃어넘길수가 없는 일입니다. 벌써부터 다소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는 야권내 분위기 속에서, 측근으로서 '승기를 잡았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발언일까요.

모든 발언이 즉각적으로 각종 유튜브,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세상입니다. 똑똑한 4선 의원이 이를 모를이도 없습니다. '별로 무서워 하지 않는다'가 맞는 표현일 거 같습니다. 비판을 받더라도 '지역구 예산 챙기기'를 약속하는게 더 이익이 된다는 판단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지지자들은 대선 후보의 측근으로서 더 도움이 되는 발언과 행동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