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안보관 공방…"전쟁 너무 쉽게 생각" vs "종전선언, 위협 줄수 있어"
李, 정치개혁 놓고 反尹 전선 시도 vs 尹 "정치쇼 가까운 제안"
대장동 '몸통' 공방도…尹-安 단일화 신경전 "노력 중" "이미 끝난 일"

여야 대선 후보 4명은 25일 TV 토론에서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외교안보 정책을 놓고 격돌했다.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치교체'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를 내세워 정면충돌 양상을 보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 논의가 소강상태인 윤 후보와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이 후보를 향해서도 동시에 견제구를 날렸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 역시 '양강' 후보 모두에게 비판적 태도를 보였다.

다만 '정치개혁' 이슈에 있어서는 개헌에 소극적인 윤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가 일정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이었다.

李 "거칠고 난폭·안방 장비" 尹 "유약한 태도·안보관 부족"(종합)
이 후보는 이날 저녁 상암 SBS 프리즘타워 공개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전쟁은 정치인이 결정하고, 전장에서 죽는 건 젊은이라는 얘기가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6개월 된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언하고 러시아를 자극해서 결국 충돌했다"고 말했다.

코미디언 출신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빗대 윤 후보의 외교 역량이 불안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발언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사드 추가 배치' 공약을 겨냥해 "너무 거칠고 난폭하다"며 "우리가 L-SAM(장거리 지대공미사일)도 있는데 그것(사드)을 쓰는 것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윤 후보의 선제타격 능력 확보 공약에 대해서도 "전쟁 개시 아니냐"며 "우크라이나 사태도 있으니 좀 자제하고 철회할 계획 없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정부의 대북 정책까지 연결 지으며 반격에 나섰다.

윤 후보는 "이 후보께서 안보관이 부족하고 내용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며 "평화라는 것은 확실한 억지력을 가져야만 평화가 유지되는 것이고,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그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런 식의 유약한 태도를 가지고는 오히려 더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종이와 잉크로 된 협약서 하나 가지고 국가의 안보와 평화가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의 종전선언 추진에 대해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전선언을 강조해 만들어내는 자체가 우크라이나와 동일한 위협을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李 "거칠고 난폭·안방 장비" 尹 "유약한 태도·안보관 부족"(종합)
이 후보는 이에 "전쟁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큰소리 뻥뻥 친다고 되느냐. 그걸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극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저런 말씀을 하셔서 군 통수권자와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 많이 걱정된다"고 응수했다.

윤 후보는 안보정책과 관련해 안, 심 후보의 공격을 동시에 받았다.

안 후보는 "확장억제의 구체적 방안은 무엇이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든가 또는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배치한 전술핵 등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한반도에 전술핵을 반입하지 않으면서 외부에 있는 것을 활용할 수 있는, 핵 공유 협정이 필요하다"며 "지금 하는 말씀은 미국 본토에 있는 ICBM을 쓰자는 말이라 도저히 이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의 '3불 정책(사드 추가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한미일 군사동맹화 불가) 반대' 입장을 파고들었다.

심 후보는 "한미일 군사동맹이나 미국 MD는 역대 어느 정부도 참여 안 했다"며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이 무너지면 아시아의 우크라이나처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국가 안보를 위해 중층 미사일 방어가 필요하고, 방어를 위해 한미 간 감시정찰자산이 공유돼야 하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李 "거칠고 난폭·안방 장비" 尹 "유약한 태도·안보관 부족"(종합)
이 후보는 다당제 연합정치를 목표로 한 정치개혁안을 제시하며 안, 심 후보와 공감대 형성을 시도한 반면, 윤 후보는 "정치쇼에 가까운 제안"이라며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 후보는 "국민들 표가 제대로 반영돼서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제3당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기득권 양당제를 비판해 온 안, 심 후보와 함께 '반윤(反尹)' 전선 형성을 시도했다.

개헌론에 선을 그은 윤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을 물타기 하기 위해 정치개혁 이야기를 꺼내 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안, 심 후보는 정치개혁 이슈 자체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그동안 제대로 실천에 옮기지 않았다는 점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심 후보는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하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점을 들어 "이번 선거에서도 득실을 따지고 이용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안 후보 역시 "과연 (민주당) 의원총회를 통과할 것인지가 키"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당론으로 확정해 의총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李 "거칠고 난폭·안방 장비" 尹 "유약한 태도·안보관 부족"(종합)
윤, 안 후보 간에 날 선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안 후보가 "여소야대 정국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고 묻자, 윤 후보는 "헌법 가치를 모두가 진정성 있게 공유한다면 얼마든 협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지금 (윤 후보가) 의원 경험이 없어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지금 제가 대신 내드리면, 헌법 정신은 좋은데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일침을 놨다.

심 후보가 이 자리에서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안 후보는 "이미 다 끝난 일"이라고 했고 윤 후보는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 온도 차를 보였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도 이 후보를 향해서도 문재인 정부의 인사 문제와 '조국 사태' 말 바꾸기 문제를 지적하는 등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대장동 공방도 이어졌다.

윤 후보가 먼저 "(이 후보는) 김만배가 지칭하는 '그분'이 현직 대법관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완전히 허위로 드러났다"고 공세에 나섰다.

그러자 이 후보는 "그분에게 도움을 준 것도, 이익을 본 것도 윤 후보"라며 반박했다.

윤 후보는 "제가 몸통이면 제가 성남시장을 했나, 경기지사를 했나.

아니면 관용 카드로 초밥을 먹었나"라며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었다'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이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대출 중에 왜 대장동 불법 대출은 기소 안 하고 봐줬나",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에게 왜 커피를 다른 줬나"라며 윤 후보의 검찰 재직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꺼내 들었다.

이 후보는 또 '정영학 녹취록' 내용을 들어 "저는 이게 윤석열 게이트다, 윤석열이 몸통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