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내 대선에서도 안보 이슈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론’이 전쟁 위협을 키운다고 공격했고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종전선언과 과거 ‘미군은 점령군’ 발언을 위험한 안보관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 국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시간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며 전쟁이 먼 나라 일이 아님을 느끼고 있다”며 “전쟁을 막는 것은 말뿐인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아니다. 튼튼한 자주 국방력과 동맹국과의 강력한 연대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 강화”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또 “우리나라의 강성 노조와 일부 여성단체의 한·미 연합훈련 반대, 주한미군 철수 주장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여성본부와 여성단체 등 진보진영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비판한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도 이 후보를 겨냥해 “지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도 종전선언 공약이 아직 유효한가”라고 따졌다. 이어 “평화라는 달콤한 말로 현혹하며 우리 국민을 사지로 몰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종전선언이 미군 철수와 한국군 병력 감축으로 이어질 경우 한국이 우크라이나와 같은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사드 배치와 선제타격 같이 안보를 정쟁화하는 일은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라고 윤 후보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했다. 전날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민주당 안보경제 연석회의를 연 자리에서다. 이 후보는 “다음 대통령은 이런 위기를 돌파할 유능한 안보 대통령, 경제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윤 후보가 전쟁을 유발할 수 있는 ‘불안한 지도자’라고 공격했다. 박찬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베트남 외교 배제 △냉전 조장 발언 △선제타격론 △사드 추가 배치 등 윤 후보의 공약을 열거하며 “참으로 준비 안 된 불안한 후보”라고 했다. 홍의락 민주당 남부권경제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나토 가입 추구’라는 말 한마디로 온통 나라를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며 “사드 추가 배치도 엄청난 소용돌이가 몰아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는 이날 외교통일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한 외교 대책과 공급망 관리 방안을 논의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외통위 회의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에게 “종전선언 추진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실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정 장관은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조금이라도 더 진전시키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답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