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라디오 인터뷰에서 발언
국가 부채 중 연금 충당 부채 등은 대외 부채 아냐
우리 정부 발행 국고채는 외국인도 보유…작년 말 기준 19%

대선을 앞두고 국가 채무의 적정 규모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가 부채는 대외 부채가 아니다.

다른 나라에 진 빚이 아니다.

국내 기관들이 산다"고 말했다.

[팩트체크] 국가 부채는 다른 나라에 진 빚이 아니다?
이 후보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가 부채는) 우리 국내에서 채권·채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국제 평가에 해악될 정도로 심각하지 않으면 그것 때문에 IMF가 오는 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이 후보가 21일 TV 토론에서 국가 부채의 적정 규모를 놓고 다른 후보들과 설전을 벌이다 "우리도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우선 개념부터 정리하면 국가 부채는 정부가 직접적인 상환 의무를 갖는 국가 채무뿐 아니라 4대 연금 충당 부채와 공기업의 채무, 건강보험 등 각종 사회보장성 기금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국가가 직접 갚을 필요는 없지만 국가가 사실상 보증을 선 것과 마찬가지인 부채까지 모두 더하기 때문에 국가 채무보다 더 넓다.

작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국가재무재표상 부채는 1조985조3천억원으로 집계됐다.

국가 채무 846조9천억원에 연금 충당 부채(1천44조7천억원) 등을 포함한 비확정 부채 1천267조7천억원을 합한 수치다.

여기에 국민연금기금 등에서 보유 중인 국·공채(122조4천억원)는 제외하고 중소기업진흥채권 등(18조9천억원)을 포함했다.

흔히 적정 국채 비율을 논의하면서 국가 부채와 국가 채무의 개념을 혼동해 사용하고 있지만, 국가 부채가 아닌 국가 채무로 살펴봐야 한다.

연금 충당 부채의 경우 원칙적으로 연금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나라가 갚아야 할 국가 채무와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가 채무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가 간 재정건전성을 비교할 때 사용되는 개념으로, 국채와 차입금 등 지급 시기와 금액이 확정된 확정 부채를 말한다.

여기서 국채는 국고채, 국민주택채, 외평채 등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을 뜻하고, 차입금은 정부가 한국은행, 민간기금 또는 국제기구, 외국정부 등으로부터 법정유가증권의 발행 없이 직접 차입한 금액을 말한다.

다시 말해 국가 채무에 포함되는 차입금의 개념을 따져 보면 "국가 부채는 다른 나라에 진 빚이 아니다"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해외차입금은 2016년까지 전액 상환해 현재는 잔액이 없다.

[팩트체크] 국가 부채는 다른 나라에 진 빚이 아니다?
정부의 '2021∼2025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2020년 국가 채무는 846조6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3.8%에 달한다.

이는 2019년(723조2천억원, GDP 대비 37.6%)에 비해 123조4천억원 증가한 수치다.

국가 채무는 중앙정부 채무 819조2천억원과 지방정부 채무 잠정치 27조7천억원을 더한 수치로, 중앙정부 채무 중에서는 국채(815조2천억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국채 중에서는 국고채(726조8천억원)가 가장 많다.

전체 국가 채무로 놓고 보면 국고채의 비중이 85.8%다.

2020년 기준 외국인이 보유한 국가채무 비중은 15.9%다.

주요 선진국 평균(24.6%)보다는 낮지만, 증가 추세다.

작년 9월 기준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 잔액은 154조6천억원으로 사상 처음 150조원을 돌파했고, 외국인 국고채 보유 비중도 18.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도 국고채는 843조7천억원으로 이중 외국인 보유액은 약 164조원으로 19%를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 등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외국인이 보유한 국가 채무 비중에 대해 꾸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국가 부채를 모두 국내 기관이 사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다만 국가 부채가 대외 부채가 아니라는 말은 개념상 맞다.

대외 채무는 한 나라의 거주자가 비거주자(외국인)에게 미래 특정 시점에 금융 원금이나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확정채무잔액을 뜻한다.

가치가 유동적인 주식 등을 제외하고 현재 시점에서 규모가 확정된 대외 부채로, 정부 뿐 아니라 기업 등의 대외 채무도 포함된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작년 말 기준 대외 채무는 1년 전보다 836억달러 증가한 6천285억달러로, 최대 기록을 세웠다.

외국인의 원화채권 투자, 국내기관의 외화채권 발행 등으로 장기 외채가 늘어났다.

[팩트체크] 국가 부채는 다른 나라에 진 빚이 아니다?
이재명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 이 후보 캠프 측은 "일반적으로 국가 부채라고 하면 '결국 빚을 지는 건데 또 IMF 사태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고 미래에 대한 부담이라는 틀을 갖게 된다"며 "그런 우려와 걱정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가 부채가 높은 수준이 아닌데다 지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부담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지고 있고 가계 부채가 너무 높으니 지금은 당장 돈이 필요할 때가 아니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42.1%(2019년 결산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103.8%)과 비교하면 낮은 것은 맞다.

일본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34.9%이고, 미국(108.2%)과 프랑스(98.1%), 캐나다(86.8%), 영국(85.2%), 독일(59.6%) 등도 우리보다 높다.

[팩트체크] 국가 부채는 다른 나라에 진 빚이 아니다?
다만 적정 국채 비율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이 아직 국채를 소화할 자금 여력이 있다고는 해도 계속 부채 비율이 올라가고 금리가 올라가면 이자 비용이 나가고 회사채도 망가지게 된다"며 "저금리 기조일 때는 괜찮았지만 고금리 시대에는 부채 비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22년 1천68조3천억원(GDP 대비 50.2%)에서 2023년 1천175조4천억원(53.1%), 2024년 1천291조5천억원(56.1%), 2025년 1천408조5천억원(58.8%)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외환보유고와 재정건전성은 버팀목"이라며 "아직은 부채가 너무 높아지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낸 '재정 건전성이 금융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는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당장 국가부도 위험을 걱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이 약화하며 연쇄적으로 금융 건전성도 약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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