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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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14명의 후보 가운데 국회 의석을 보유한 원내정당의 후보는 5명이다. 이들 가운데 이재명·윤석열·심상정·안철수 후보는 각각 기호 1번부터 4번을 배정 받고, 21일부터 열리는 법정 TV토론에도 초청을 받았다. 안 후보가 3일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남은 원내정당 후보는 총 4명이 됐다.

원내정당 가운데 이 무대에 참여하지 못한 후보가 있다. 기본소득당의 오준호 후보(기호 5번)다. 오 후보는 월 65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기본소득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기본소득 관련 서적을 집필하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기본소득법안을 작성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정책전문가기도 하다.

오 후보를 지난달 말 서울 여의도동의 기본소득당 당사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대선은 다뤄져야할 것들이 방치된 선거"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심해진 양극화와, 그 해결법이 논의돼야할 자리를 각종 배우자 논란이 뒤덮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들을 흔들어 놓았다"며 "대한민국이 이를 극복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본소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기본시리즈'로 브랜드화시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이 후보의 공약은 기본소득의 취지에 어긋난, '이재명식 소득주도성장'에 불과하다"며 "기본소득의 취지는 너무나 많은 국민에게 일자리가 그저 생계의 수단에 그치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국가가 삶의 기본을 지탱해주는 가운데 개개인이 진정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오 후보와의 일문 일답.
기본소득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사실 기본소득당이 생소한 유권자들이 더 많을 것 같다. 대선 후보로 출마한 계기와 이유를 설명 부탁드린다.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대선이 코로나19로 심해진 양극화와, 이에 대응하는 분배정책을 다루는 선거가 되리라고 기대했다. 그 속에서 기본소득도 중요한 어젠다가 될거라고 예상했다.

막상 시작해보니 양당 후보들의 가족리스크가 모든 논쟁을 덮어버렸다. 여의도에서는 "대선후보라면 가족리스크 없는게 리스크다"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니 말이다. 이같은 선거에서 저희 기본소득당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당의 비전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배 논쟁의 확대를 위해서라도 후보를 내자는 논의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내게 요청이 온 건 여러 이유가 겹치면서다. 과거부터 진보 정치 활동을 한 적이 있고, 2008년에는 한국사회당의 비례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적이 있다. 이후 10년 동안 작가로 활동하며 기본소득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들을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용혜인 의원의 비서관으로 활동하며 직접 기본소득 입법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실적인 이유로는 40살이 넘어 대통령 선거 출마 권리가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제안을 받고 나서 내가 무거운 짐을 질 역량이 있을지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해온 만큼, 그 말에 책임을 질 필요도 있다고 결심했다.

대선 출마를 결심하고 나서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생각은 더 확실해졌다. 대한민국은 오늘날 3중의 위기에 둘러쌓였다. 하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이다. 또 하나는 기후 위기, 그리고 마지막은 디지털화의 가속이다.

이 모든게 우리 사회의 약자층을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을 보호하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말 든든한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 일종의 '분배 혁명'이다. 이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선거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다. 이번 이번 선거를 기본소득 복지국가로 가는 이정표로 만들겠다는 확신을 갖고 대선에 임하고 있다.
월 65만원의 기본소득을 공약하고 있다. 재원으로 탄소세와 데이터세, 기본소득 목적세, 토지보유세 등 재정 계획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가 제안한 기본소득 구상과 유사하지만 소득 지급 금액은 크게 차이난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과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앞서 2번째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게 얘기했다. 기본소득에 연간 400조, 연간 2000조가 필요하다고. 이 후보는 400조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안 후보가 오준호의 기본소득을 이재명의 기본소득과 혼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는 전국민에게 한달 65만원을 주면 연 390조원, 5년이라 치면 2000조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드는게 맞다. 금액부터 이 후보와 다르다.

65만원인 이유가 그게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이야기하는 최저생계 보장금액(54만원)을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최저생계보다는 나은 수준을 보장해야 기본소득제의 취지인 기초생활의 보장을 통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가능해진다.

연100만을 지급하겠다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과는 금액이 다르기 때문에, 실천하려는 전망도 다르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소액이기 때문에, 결국 지역화폐를 통한 소비 진작이 핵심 기능이다. 소비를 진작하게 하고 골목 경제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일종의 이재명식 소득주도 성장의 보완책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충분한 기본소득을 통해, 소득의 정의를 바꾸는 것이다. 소득이 일자리의 반대급부가 아닌, 시민의 하나의 권리로 가자는 것이다.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마"라는 전근대적인 명제를 깰 때가 왔다. 모두에게 일정한 경제적 자유를 제공해 불평등과 양극화를 급진적으로 개혁하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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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할텐데, 우리 사회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2000조라는 재원이 엄청나게 보이겠지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다. 기본소득당의 계산에 따르면 기본소득의 도입으로 우리 국민의 세금부담률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40% 선까지 올라가게 된다. 선진국들은 이미 45%대이고, 현재 우리나라는 27%다.

여야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모두 사회 안전망 확충을 외치고 있고, 이들의 계획을 실천시키기 위해서 증세가 필요한건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차피 세금을 올린다면,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조세저항 측면에서도 더 나은 선택이다.
진보진영에서는 늘 우리 사회의 복지지출이 적다고 얘기하는데, 경제학자들은 현행 복지제도를 그대로 냅둬도 고령화로 인해 대한민국의 복지지출은 선진국 중 상위권 수준으로 불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런 전망에도 기본소득이 가능한 것인가.

한국은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물론 인구구조의 흐름이 한두가지의 정책으로 바뀔거라고 보진 않지만, 기본소득을 비롯한 사회 안전망의 확충이 있다면 지금의 급격한 저출산 기조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오히려 저출산과 고령화를 부르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방치하면서, 인구구조를 결정론적으로 보고 이후의 사회복지제도를 끼워맞추는건 그야말로 '비관이 비관을 부르는' 구조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일수록 오히려 기본소득은 더 필요하다.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이전보다 약해진 것 같다. 부동산 민심과 정권교체가 대선 아젠다의 중심이 된 탓인데, 이런 문제를 극복할 전략은 있는지

있다. 현재의 정체된 논의를 돌파하기 위해 충분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소통하고, 구체적인 재원 마련 프로세스, 그리고 기본소득의 도입을 통해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뀔지를 설명하면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속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우리는 기본소득 논의가 정체된 데에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 초기에 국가가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국민들이 놀랐다.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내가 세금을 낸게 어떤 유형의 형태로 직접 돌아오는 경험을 처음 해본 국민들이 상당수다.

기본소득의 취지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가는 것이다. 한달에 7~8만원을 주자는걸 넘어, 기초적인 삶의 지탱할 금액을 주고 국민에게 진정한 자유를 제공하자는 거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에는 양당 모두 공감을 한다. 그렇지 않다면 민주당 대선후보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재명 후보가 될 수 없었을 것이고, 국민의힘 당헌에 기본소득이 지향점으로 등장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양당은 모두 각자의 필요성에 따라 기본소득을 설득하는 과정을 포기했다. 야당은 이재명의 브랜드를 받을 수 없어서 이를 버렸고, 민주당 역시 당장의 표가 급해 기본소득이 뒤로 후퇴했다. 이 후보는 대선 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늘 기본소득을 마케팅하다가, 후보가 되니 갑자기 "기본소득은 1번 공약 아니다"고 한다. 이같은 전략적 게으름이 기본소득 논의가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타이밍에 이뤄졌다는게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이다.
기본소득은 늘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거대양당 후보들의 공약은 포퓰리즘이 아닌가. 윤석열 후보는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는데 250조원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거짓말이다. 저희가 자체적으로 추산해본 바에 따르면 가장 보수적으로 잡아도 380조원이다. 1년 정부예산이 500조가 안되는 국가에서 지출조정으로 380조원을 마련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이같은 양당의 무책임한 공약들이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와 후손을 위한 복지국가를 만들자는게 우리의 주장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로드맵을 갖고 국민에게 제대로 설득할 수 있다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다시 아픈 질문이다. 지난 대선 이후 진보진영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다. 심상정 후보부터 당장 지난 대선에서 받은 지지율의 절반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위기에 대한 해답을 무엇인가.

간단하다. 양극화를 막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산격차로 인한 불로소득이 우리 나라의 모든 불평등을 이끌고 있는 형국이다. 국민들이 왜 촛불을 들었나. 내 삶이 나빠지고 있는데, 정치가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기 떄문에 광장에 수십만이 모였다.

정의당의 책임도 크다. 정의당은 위기의 상황에서 늘 오른쪽으로 의제를 넓히려 한다. 일자리 공약이나 연금개혁이 대표적이다. 왼쪽의 목소리를 내다가 인기가 떨어지면 오른쪽의 목소리를 내는 식이다. 이런 전략이 국민에게 진보진영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양극화를 둘러싼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균형을 부르는게 우리 사회 양극회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한쪽이 토지를 독점하고, 이들은 토지에서 나온 지대를 기반으로 다시 격차를 확대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급과 투지지역 지정, 각종 금융규제로 이 불균형을 잡으려 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문 정부는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참패했다. 핀셋 규제는 해답이 될 수 없다. 이쪽 시장의 자산이 규제를 받으면 다른쪽 시장과 자산으로 옮겨가면 그만이다.

제가 제시하는 해답은 기본소득 토지보유세다. 지금의 집에 매기는 종부세가 아니라 토지에 매기는 종부세로 매겨서 땅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환수하자는 주장이다. 땅을 점유하는 부담을 줘 땅값을 하향 안정화 시키면 토지 임대부 주택을 국가가 훨씬 대규모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땅값을 낮춰 집값을 낮추고, 토지는 국가가, 집은 국민이 갖도록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불로소득은 환수하면서, 주거의 기본권은 국민에게 돌려줄 수 있다.
기본소득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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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선거 얘기를 좀 해볼까 한다. 기본소득당은 유세를 통해 어떤 유권자들을 공략하고 있나.

2030세대가 우리의 목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만 놓고 보면 중장년 층을 공략해야 한다. 이들은 일자리가 흔들리고 있고, 양극화로 인한 문제를 가장 체감하는 계층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기본소득 논의를 위해서는 결국 미래세대인 2030을 설득해야 한다. 이들에게 맞춰 뉴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선후보 4자 토론에 초대받지 못한 점을 고려해 선대위에서 나를 토론 장면 속에 편집한 '5자 토론' 영상을 만들었는데 괜찮은 반응을 받았다. 불공정한 TV토론에 대한 항의를 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얼마나 한정된 어젠다가 다뤄졌는지도 보여주자는 취지다.

이렇게 대선의 상황을 불만만 터뜨리는게 아니라 아주 재밌는 방식으로 나를 드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원과 인력 문제상 거대양당같은 대규모 동원 유세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영상콘텐츠와 SNS 메세지를 최대한 많이 내려고 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거대 양당을 물어뜬는 메시지를 많이 내고 있다.

다소 거창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아테네라는 말의 등에 앉은 등애라고 말했다. 말의 등을 깨물어, 잠을 깨우는 벌레 말이다. 기본소득당의 오준호 역시 작은 후보지만 거대 양당 후보들을 깨물어서 이들이 저의 어젠다에 반응하도록, 그리고 청년 유권자들이 반응하도록 만들겠다.

이를 위해서는 유세도 최대한 컨셉을 담아 선명하게 만들려고 한다.
기본소득 외에 주요 공약들을 소개해 달라

한국 토지은행을 설립할 것이다. 공공기관이 직접 공공토지를 비축하고 공공 부동산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민간 투자도 끌어들이려 한다. 이 과정에서 증권형 토큰(STO)라는 방식을 사용하고 싶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부동산 수익증권을 유동화 해서 거래를 신속하게 맨들고, 액수는 아주 소액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민간이 아주 작은 금액이라도 참여할 수 있고,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공공에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된다.

두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공약은 여성 및 젊은 세대가 관심이 많은 동물권 공약이다. 반려동물에게도 생명권을 인정하려고 한다. 동물의 권리라는걸 헌법체계에 명시하고, 현재의 공장식 축산업이나 야생동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대형 개발사업은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물론 축산산업을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문제는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환경 측면에서도 탈육식 사회로의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 모든 과정에서 반드시 관계자들을 만나 충분한 입장교환과 설득을 거칠 생각이다.
이번 선거에서의 득표 목표치를 어떻게 잡고 있나

자체적인 득표 목표치는 없다. 등수 목표치는 있다. 3등이다.

지금은 거대 양당 중 누가 되더라도 한국 사회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아무리 정치교체, 정권교체를 외치더라도 결국 교체 대상이 바로 양당인 이상 그렇다. 애석하게도 당장 이 체제를 직접 기본소득당이 깨트릴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기본소득당이 3등이 되는 것이다. 기본소득이라는 의제에 관심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고,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이 필요할지 알게 되는 것 만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빠르게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