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광주 송정동 송정매일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광주 송정동 송정매일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공식 선거운동 2일차인 16일 호남에서 충북·강원까지 횡단 유세를 펼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연신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제게는 지역주의 자체가 없다”며 “국민 통합을 이뤄 호남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기필코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치켜세우며 그의 뜻을 이어 지역주의·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민생을 살리겠다고도 했다.

○사뭇 달라진 광주 분위기

윤 후보는 흩날리는 눈발과 함께 광주 송정동 송정매일시장에서 2일차 유세를 시작했다. 윤 후보는 “행운의 서설(瑞雪, 상서로운 눈)이 내리고 있다”며 추운 날씨에도 몰려든 지지자들과 광주 시민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김 전 대통령도 지역감정을 없애고 싶어하셨다”며 지역주의 정치 타파를 강조했다. 윤 후보는 “김 전 대통령은 과거 ‘무인도에 가면 가져갈 딱 세 가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실업, 부정부패, 지역감정이라고 했다”며 “위대한 지도자의 명답이었고, 민생을 생각하는 거인의 말씀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주의에 기대는 정치, 정치인들이 만들어놓은 지역구도는 미래를 위해 깰 때가 왔다”며 “윤석열이 지역주의를 깨고 대한민국 번영과 광주 발전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저는 공직에 있을 때 보따리 싸서 전국을 돌아다녔다”며 “제게는 지역주의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윤 후보는 취약한 광주·전남의 인프라 상황을 언급하면서 정부·여당 비판에 열을 올렸다. 그는 “수십 년에 걸친 이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독점정치가 광주와 전남을 발전시키지 못한 것을 다 알고 계시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입만 열면 광주·전남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는데,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 쇼핑몰 유치도 반대해왔다”며 “광주의 역내 GDP(국내총생산)가 전국 몇 위인가. 꼴등이다, 꼴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가 대한민국·아시아·세계의 AI(인공지능) 거점 도시가 되도록 저 윤석열이 만들겠다”며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몰려드는 그런 멋진 도시가 돼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윤 후보의 여덟 번째 호남 방문인 만큼 광주의 분위기도 예전과 사뭇 달랐다. 전날 방문했던 대구와 부산 지역만큼은 아니었지만, 장날이 아닌데도 시장에는 100~150명의 사람이 몰렸다. 유세 현장에 나온 한 광주 시민은 “평생 민주당 당원이었는데 이번에는 윤 후보를 찍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집권하면 내 편부터 단호히 처단할 것”

윤 후보는 전북 전주역 앞 유세에서도 “이제는 지역구도를 깰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지자들을 향해 “이제 전북과 호남도 달라져야 한다”며 “지난 5년간 국민의 삶과 민생은 무너졌고, 공정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엔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주십시오, 여러분”이라고 외쳤다.

윤 후보는 다시 한번 김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부정부패 척결을 강조했다며 “부정부패를 놔두고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 번영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정권은) 얼마나 잘못을 많이 했길래 부정부패를 엄단하고 법치를 세운다는 걸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만들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인가”라며 “부정부패는 국민을 향한 약탈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정부패는 내 편이든 네 편이든 안 가릴 것이고, 대통령이 되면 내 편의 부패부터 단호히 처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는 호남을 벗어나 충청권에선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확 높였다. 그는 충북 청주 상당로 성안길 거리 유세에서 “(문재인 정부는) 늘 가진 사람 것을 뺏어서 없는 사람 나눠주고 마치 무슨 홍길동인 것처럼 떠들지만 결국 어려운 사람을 더 힘들게 한 정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런 위선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고도 했다. 윤 후보의 문재인 정부 비판이 계속될수록 지지자들의 호응은 높아졌다. 급기야 윤 후보가 “기득권 카르텔을 국민을 위해 박살내겠다”고 하자 청중 사이에서 “문재인 구속하라”는 구호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윤 후보는 유세 일정을 마친 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유세버스에서 사고를 당한 운전기사와 국민의당 지역 선대위원장의 빈소를 방문해 조문했다. 그는 빈소가 차려진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을 잇따라 찾았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조문을 접점으로 두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선대본부 측은 “관련 대화는 일절 하지 않았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적인 도의로 조문한 것”이라고 전했다.

광주=이동훈/성상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