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시 부산 영도서 선거운동 시작…"자신 있다, 바다 건너면 새 세상"
차에서 쪽잠, 도시락 끼니 '경부선 강행군'…이동 중 공약·정책 '열공'
초박빙 판세에 '새 출발' 각오…부산서 첫 연설하며 46분각 격정 토로

"좋습니다.

그리고 자신 있습니다"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15일 0시를 조금 넘긴 시각.
부산 영도 바닷바람을 가르며 단상 위에 오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목소리는 결연함으로 가득 찼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거의 모든 주말마다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를 타고 전국을 다녔던 이 후보지만, 이날은 밤늦은 시각이었는데도 피로가 감지되지 않았다.

사실상 출발선에 선 것처럼 남은 3주간 '새로운 출발'을 결심한 모습이었다.

초박빙 판세 속 뚜렷한 우세를 점하지 못하며 녹록지 않은 선거를 치르고 있는 그는 공식 선거 운동을 시작으로 마음을 다잡는 듯했다.

선거 포스터에서 막 튀어나온 듯 예바르게 갖춰 입은 '정장'에서 그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가겠다는 굳센 의지가 느껴졌다.

이 후보는 "여기서 조금만 나가면 바다죠. 저 바다를 건너면 전혀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닙니까.

바다를 건너려면 파도도 이겨야 하고, 세월도 견뎌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후보 24시] 구두 벗고 파란 운동화 신고 뛴 이재명…"파도 이겨내겠다"

이 후보의 비장한 의지는 15일 아침 9시 부산 부전역 첫 유세에서도 감지됐다.

그는 첫 유세 전 이른 아침 따뜻한 죽으로 식사를 했다.

죽이나 따뜻한 차와 과일 등 가벼운 조찬이 이 후보의 체력 유지 비결이라고 선대위 인사들이 전했다.

이 후보는 성큼성큼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 앞에서 약 46분 동안 쉬지 않고 격정적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하면서 위기를 헤쳐갈 유능한 경제 대통령 이재명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듯, 두 손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연설 내내 내내 "맞습니더~", "이재명"을 연호하는 청중을 향해, 그는 '엄지척' 양손을 하늘 높이 뻗어 보이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재명, 자신 있습니다! 이재명은 할 수 있습니다!
[후보 24시] 구두 벗고 파란 운동화 신고 뛴 이재명…"파도 이겨내겠다"

연설 직후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운동화를 선물 받은 그는 그 자리에서 곧장 구두를 벗었다.

새 신을 신은 이 후보는 부산에서부터 이날 유세가 예정된 대구, 대전을 거쳐 서울까지 뛰어가기라도 할 기세였다.

제자리서 달리는 시늉을 하더니, 깡충깡충 점프하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과거 흑백 사진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던 소년공 이재명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사회를 맡은 배재정 전 의원은 이 후보를 가리키며 "오늘부터 부산 디비지겠습니까.

대한민국 한 번 디빌까요"라고 말했고, 지지자들은 "디비집니다!"라며 열렬히 화답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을 '디비질' 기운을 받은 듯 "이제 부산은 여러분을 믿고, 대구로 가도 되겠죠"라며 하얀 카니발에 몸을 실었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차에 타기 직전까지 "이재명이 이깁니더"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배웅했다.

0∼1도를 오간 찬 날씨에 거의 50분간 격정 연설한 이 후보는 그제야 잠시 등을 기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전 시군 단위의 지자체까지 찾아다닌 이 후보는 선거를 치르는 내내 식사도, 휴식도, 공부도 길 위에서 해결하고 있다고 수행비서 한준호 의원과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루 3∼4시간밖에 자지 않으며 강행군을 이어가는 만큼 차 안에서 틈틈이 눈을 붙이며 기운을 차리고, 끼니는 도시락으로 때우는 게 일상이라고 한다.

간식은 거의 먹지 않지만, 날씨가 부쩍 추워진 만큼 따뜻한 차나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기도 한다.

이외 시간에는 다음 이동 지역에 관한 현안 자료와 공약을 챙겨보고, 쏟아지는 문자 메시지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SNS)도 틈틈이 확인한다.

이 후보는 이날도 부산에서 대구로 이동하는 동안 '보수의 심장'을 두드릴 연설문을 점검하기도 했다.

[후보 24시] 구두 벗고 파란 운동화 신고 뛴 이재명…"파도 이겨내겠다"

다시 파란 운동화를 신고 대구 동성로 유세차에 오른 이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제가 태어나고 자랐던 이곳에서 여러분을 만나 뵙게 돼 정말 눈물 나게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 경북이 낳은 첫 민주당 대통령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여러분을 믿고 열심히 뛰겠다"고 외쳤다.

유세장에 모인 2천여 명의 지지자들은 "내가 낸데"라며 목청을 높였다.

이날 함께 유세한 '대구 토박이' 조응천 의원은 이 말을 가리켜 "대구 사람들 알죠. 양심 지키고, 상식을 따른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대구 동성로 유세는 민주당의 '험지'가 맞나 싶을정도로 '파란 물결이' 가득했는데, 동성로가 청년들의 '핫플레이스'이기 때문인지 유독 젊은 층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대구 연고의 '삼성 라이온즈' 야구 경기라도 응원하러 온 것마냥 파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환호했다.

[후보 24시] 구두 벗고 파란 운동화 신고 뛴 이재명…"파도 이겨내겠다"

이 후보의 지지 취약층으로 꼽히는 '20대 남성' 권기범(20·대학생)씨는 민주당원이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답하며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돼야 더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우리나라 경제가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이 후보 지지 이유를 설명했다.

10대 딸과 함께 유세장을 찾은 40대 여성 정 모 씨는 "약속한 것은 꼭 지키는 것 같고 공약 이행률도 높아서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날 동성로 유세 마지막에 이 후보에게 준비해 온 선물을 건넨 이들도 10대, 20대였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남학생이 직접 그린 이 후보의 초상화를, 대구 대학생들이 신성장 동력을 상징하는 로봇에 기호 1번을 새겨 넣어 이 후보에게 선물했다.

이 후보는 자신을 닮은 로봇을 머리 위로 번쩍 들어 보이며 씩 웃어 보였다.

[후보 24시] 구두 벗고 파란 운동화 신고 뛴 이재명…"파도 이겨내겠다"

다시 차량에 몸을 실은 이 후보는 대구 유세를 마치고 2시간여만인 오후 3시 중원의 스윙보터, 대전에 도착했다.

이 후보가 중구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에 마련된 유세차에 오를 즈음 제법 굵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재명"을 외쳤다.

아내 김혜경 여사의 고향이 충청도라며 '충청의 사위'임을 강조한 이 후보는 "충청도에 오니 갑자기 푸근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직전에 같은 장소에서 유세하고 간 '충청의 아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의식한 듯 "바로 전에 존경하는 윤 후보가 유세하셨다고 들었다"며 "물건을 살 때도 비교하고 꼼꼼히 체크하는데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유능한 후보인지 보고, 주변에 알려 우리의 선택이 곧 국민의 선택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이에 지지자들은 "비교 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대전엑스포가 열렸던 1993년에 태어난 청년들에게서 선물 받은 대전엑스포 마스코트 '꿈돌이' 인형을 품에 안고, 이날 '경부선 주행'의 종착지인 서울로 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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