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공론화' 박지현씨와 대담…'이대남 올인' 윤석열과 차별화 시도
이재명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30%가 남성…인권 측면서 접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9일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이 문제에 대해 남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의 민주당 미래당사에서 열린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담에서 "통계적으로 보면, 디지털 성범죄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남성 피해자도 상당히 많다.

피해자의 30%가 남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라고 하면 여성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고, 그 오해 때문에 일부에서 남녀 간의 갈등 사안처럼 접근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며 "인권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소중한 것이고, 인간의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성 착취물 문제는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피해자가 나타나는 등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출신 박지현씨와 이 후보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박씨는 지난달 민주당 선대위의 여성위원회 디지털 성범죄 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합류했다.

박씨는 "(디지털 성범죄는) 지금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고 오히려 전보다 악랄한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를 완전히 끊어내고자 오늘 이 자리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씨에게 "함께하는 우리 식구가 됐으니 디지털 성범죄가 완전히 사라진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경기지사로 근무할 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전국 최초로 만들었고 실무 인력도 상당수 배치해서 상당히 성과가 많았다"며 "박씨와도 작년 7월에 경기도 차원에서 성 착취물 제거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할 때 직접 만나 말씀을 들은 바 있다"고 했다.

디지털성범죄 수익에 대한 독립몰수제 도입, 광역 단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설치, 변형카메라 등록제 도입, 딥페이크 영상 표시의무제 도입 등 공약도 소개했다.

오랜 기간 성범죄 대응 등 여성 인권과 안전 문제를 고민해 온 지도자라는 점을 내세워 지지세 확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030세대 여성은 '이대남'과 젠더 갈등이 부각된 이번 대선에서 지지 후보를 가장 많이 유보하고 있는 부동층으로 꼽힌다.

특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대남의 지지 호소에 '올인'하는 선거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이와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다만 이를 남녀 갈등 사안이 아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이대남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메시지의 방향을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박씨가 최초 n번방을 공론화하면서 느낀 분노와 무력감 등에 공감하면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전통적으로 분류되는 중범죄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중요한 범죄가 나왔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영상, 그럴 수 있지' 하는 게 문제다.

이게 공공연하게 유통될 경우 생기는 피해의 크기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시민들 속에서도 인식을 보면 참 안타까운 일인데, 장난이라고 하면서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인데 인식을 못한다.

엄청난 인권침해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가지는 불안감과 남성이 인지하는 불안감이 완전히 다르다.

여성의 안심 귀가길 지원 사업, 어두운 골목길에 가로등을 많이 설치하는 사업에 남성 일부나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현실에 대한 인지가 중요하고 상대가 큰 고통을 입는 사실을 규범화하고 알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국제공조수사가 더 원활해져야 한다는 박씨의 제안에는 "정부기관이 여기에 역량투입을 잘 안하는 판단을 바꿔야 하고, 수사역량을 보강하는 게 중요하다"며 "국가책임을 강화해서 성 착취물 유통을 원천 봉쇄하고, 발각되면 엄청난 제재를 강하고, 강·절도 사건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중범죄임을 인지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리는 '생명안전 국민약속식'에 참석한다.

2003년 192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지하철 참사 19주기를 추모하는 행사로, 이 후보는 생존자들에게 애도의 뜻을 전하고 산업안전과 재난재해로부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