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회의' 위헌 결정에 대체 입법 착수…"공개회의 원칙"
민감 현안만 필요시 비공개 의결할듯…서면답변 속출 우려도

헌법재판소가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비공개회의' 원칙에 제동을 걸면서 앞으로 정보위 회의의 공개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국회는 이에 따라 관련 국회법 개정에 나설 예정으로, 국민 알 권리 제약과 브리핑 사고 등 그간의 폐단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정보위 회의 공개범위 넓어진다…'입맛대로 브리핑' 없어지나
◇ 탈 많던 비공개회의…알 권리 차단에 '브리핑 사고'까지
국회법 54조에는 '정보위 회의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공청회나 인사청문회의 경우에는 위원회 의결로 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회의 공개가 원칙인 여타의 다른 상임위들과 달리 정보위에서는 국가 안보 사항과 직결되는 내용이 다뤄지는 만큼 비공개 특례조항을 둔 것이다.

헌재는 이것이 헌법이 정한 의사공개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정보위 회의는 국정원의 현안 보고는 물론 국정감사나 법안 심사 등 모든 회의가 비공개로 진행돼왔다.

회의 뒤 여야 간사의 합의에 따라 일부 내용만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비공개회의 조항이 국민의 알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정원법 개정 심사나 국가 안보와 직결되지 않는 일반적인 북한 동향 등에 대해서도 비공개 보고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북한의 지도체제나 경제·사회 동향, 북미 관계 전망 같은 국정원의 현안 보고가 여야 간사의 입을 거쳐 언론에 전달되는 과정에서 '사고'도 잇달았다.

지난 21일 정보위 비공개 회의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국민의힘 하태경 간사는 '국정원이 최근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재개를 시사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ICBM 실험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했다'고 전했으나, 김경협 정보위원장은 "국정원이 ICBM으로 단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하 의원의 브리핑에 반하는 취지의 설명을 내놨다.

지난해 2월 16일에는 국정원의 비공개 현안보고 뒤 하 간사가 '북한이 화이자 해킹을 시도했다'고 브리핑했다가, 민주당 김병기 간사가 "해킹 주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정정하기도 했다.

김경협 위원장은 통화에서 "실제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정보가 아닌데도 비공개로 진행돼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들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브리핑하는 간사들이 국정원 발언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개인 의사를 섞어서 발언하면서 원래 내용이 왜곡되거나 사고가 나기도 했다"며 "오히려 있는 그대로 내용을 보고 국민들이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보위 회의 공개범위 넓어진다…'입맛대로 브리핑' 없어지나
◇ 대체 입법 착수…비공개 회의·서면답변 속출 우려도
정보위는 헌재 결정에 따라 곧바로 대체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비공개 특례조항을 없애는 국회법 개정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개 회의를 원칙으로 하되 국가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국한해 위원회 의결을 거쳐 비공개로 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두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국정원의 현안 보고가 이뤄질 경우, 우리 군의 전반적인 대응 동향에 대해선 공개 회의로 진행하되 우리 군의 구체적인 미사일 제원 등은 비공개회의에서 보고받는 방식이 가능하다.

하태경 의원은 통화에서 "여태까지는 비공개가 원칙이어서 공개 여부를 의결했는데, 이제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여야가 비공개 여부를 합의하면 된다"며 "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면서 비밀유지·보안을 균형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보위나 피감기관인 국가정보원이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을 광범위하게 판단할 경우 비공개회의나 서면 답변이 많아져 법 개정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