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잘하겠다” 큰절 사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24일 경기 용인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 공약 발표 전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 더 잘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담아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 잘하겠다” 큰절 사과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운데)가 24일 경기 용인포은아트홀에서 경기도 정책 공약 발표 전 “우리가 많이 부족했다. 더 잘하겠다”며 사과의 뜻을 담아 큰절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측근 의원 그룹인 ‘7인회’가 24일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차기 정부에서 장관 등 임명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기득권 내려놓기’ 차원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주류 세력인 ‘586그룹(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도 고개를 들고 있어 여당 내 인적 쇄신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 후보도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밝혀 586 용퇴론에 힘을 실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7인회 “임명직 안 맡겠다”

김영진 민주당 사무총장과 정성호·김병욱·임종성·문진석·김남국 의원 등 6명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소위 7인회로 불리는 저희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이재명 정부에서 국민의 선택이 없는 임명직은 일체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7인회 멤버로 분류되지만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이규민 전 의원은 입장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7인회는 오랜 기간 이 후보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측근 그룹이다. 최근 이 후보 지지율이 정체돼 당내 위기감이 커지자 측근들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2012년 대선 때도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3철(양정철·전해철·이호철)’을 포함한 친노(친노무현) 핵심 참모 9명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사퇴한 전례가 있다.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선 대선 승리가 쉽지 않다는 민주당의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586 용퇴론 불붙을까

7인회의 기자회견엔 당내 인적 쇄신의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당이나 선대위가 개별 의원에게 용퇴를 직접 강요할 수는 없지만 쇄신 흐름에 동참해달라고 압박하는 모습이라는 것이다. 7인회는 입장문에서 “(지금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차기 정부 내각과 보궐·지방선거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권력 다툼을 벌이는 부끄러운 모습”이라며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도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 진영 인사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는 현 정부에서 중용됐던 당내 586그룹이 지방선거와 보궐선거 등을 노리는 상황이 유권자들에게 ‘기득권 지키기’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란 분석이다. 586그룹 좌장 격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서울 종로 보궐선거,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경기지사 출마설이 돌고 있다.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당내에 586 당사자들의 (용퇴) 목소리가 있다”며 “그런 움직임이 가시화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했다.

586세대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은 전날 “586 용퇴론이 나온다. 집권해도 임명직 맡지 말자는 결의”라며 “임명직 안 하는 것만으로 되나. 이 정치를 바꾸지 못할 것 같으면 그만두고 후배들에게 물려주든지, 계속하려면 이 정치를 확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용퇴론을 공론화했다.

현실화는 미지수

이 후보는 “특정 정치인들의 진퇴에 관한 문제를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민주당이 국민의 기대에 맞춰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586 용퇴론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는 언급에서 한발 나아가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7인회 기자회견에 대해선 “국민께 조금이나마 반성하고 새로 시작하겠다는 각오의 뜻으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인적 쇄신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는 민주당 중진들 사이에선 불만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586 용퇴’가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각 의원의 역량이 중요하지, (국회의원) 선수 같은 조건을 걸어 불출마를 압박하는 건 후진적 정치”라며 “지지율을 위해 뭐라도 해보자는 건 이해하지만 피상적인 해결책으론 역효과만 날 것”이라고 했다.

당장 당 대표부터 586그룹인 만큼 인적 쇄신이 본격화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0년 총선 때도 586 용퇴론이 분출했지만 중진 의원들의 반발로 결국 흐지부지됐다.

고은이/조미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