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대전 탄방동 오페라웨딩홀에서 열린 대전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대전 탄방동 오페라웨딩홀에서 열린 대전 선대위 필승결의대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간 250만원인 코인 양도차익 기본공제를 주식과 동일하게 높여 5000만원까지 완전 비과세하겠다.”(지난 19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가상자산 투자수익은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고 손실액은 5년까지 이월공제해주겠다.”(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진관동 은평한옥마을에서 주택 대규모 공급과 주요 철도·도로 지하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서울 지역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진관동 은평한옥마을에서 주택 대규모 공급과 주요 철도·도로 지하화 등을 핵심으로 하는 서울 지역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여야 대선 후보들은 19일과 21일 암호화폐 과세와 관련해 이 같은 공약을 각각 내놓았다. 윤 후보가 먼저 낸 공약을 불과 이틀 만에 이 후보가 받아들인 셈이다. 연말정산 공제 확대와 병사 월급 200만원 인상 등 다른 민생 공약에서도 공약 ‘베끼기’가 반복됐다.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의 공약 경쟁이 마치 ‘묻고 더블로’ 가는 포커판 레이스처럼 펼쳐지고 있다”며 “퍼주기 공약으로 국가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尹 공약 이틀 만에 수용한 李

두 후보가 가상자산 공약을 두고 처음 맞붙은 것은 19일이었다. 이날 오전 이 후보는 국내 4대 암호화폐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대표 및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암호화폐공개(ICO) 허용 등을 골자로 한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각 윤 후보도 ‘가상자산 개미투자자 안심투자’ 공약을 내놓았다. 윤 후보 공약에도 ICO 허용 등이 담겼다. 윤 후보 공약에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암호화폐 양도차익 비과세 공제한도를 연간 5000만원으로 높이는 방안이었다.

반면 이 후보 공약에는 이 같은 과세 관련 내용이 빠져 있었다. 그는 비과세 공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주식처럼 5000만원까지 해야 할지, 아니면 이에 준하는 기준으로 해야 할지는 조금 더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비과세 한도를 높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도 “가상자산업 법제화를 먼저 한 뒤 비과세 한도를 논의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신중론’은 불과 하루 만에 뒤집혔다. 20일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인 윤후덕 의원은 암호화폐 비과세 한도를 5000만원으로 높이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후보는 다음날 같은 내용의 ‘가상자산 과세 합리화’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에 선대위 차원에서 따로 법안을 내놓은 건 그만큼 이 후보가 비과세 공약을 놓친 것을 뼈아프게 보고 있다는 얘기”라는 말이 나왔다.

연말정산·병사월급 ‘점입가경’

두 후보의 공약 따라가기는 연말정산 공제 확대 이슈에서도 되풀이됐다. 윤 후보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근로소득세 인적공제에서 본인 기본공제액을 1인당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양가족 연령 상향 등 공제 요건 완화, 신용카드·직불카드 사용액 공제 한도 상향 등도 제시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같은 날 오후 SNS를 통해 연말정산 공제 확대와 간소화 등을 약속했다. 그는 “2022년 급여분부터 근로소득공제 금액을 상향하겠다”며 “자녀세액공제를 현행보다 두 배 이상 확대하고 인적공제 연령도 26세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의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은 윤 후보가 따라간 경우다. 이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방 분야 5대 공약’ 중 하나로 2027년까지 병사 월급을 단계적으로 20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9일 SNS에 ‘병사 봉급 월 200만원’이라는 한 줄 공약을 남겼다. 주택 250만 가구 공급, 부동산 보유세 완화, 경인선·경인고속도로 지하화 등도 똑같은 공약이다.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는 “후보들이 단순히 선심성 정책을 앞다퉈 내세우기보단 국가의 중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