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자다가 봉창" 경계…安·沈 '대통령 권한 축소' 방점
대혼전·네거티브 대선에 정국 전환용 카드로 부상 가능성도
이재명 '대통령 임기 단축'까지 거론…대선 막판 개헌론 불붙나

3·9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개헌시 대통령 임기 단축'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정국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를 포함해서 대선주자들이 그동안 개헌 문제에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바로 개헌 정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박빙 양상으로 진행되는 선거 과정에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개헌정국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불을 댕긴 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다.

이 후보는 18일 MBN 인터뷰에서 "책임정치를 위해서는 권력이 분산된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면서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 시기를 맞추기 위한 차기 대통령 임기 1년 단축도 주장했다.

이 후보의 이런 발언에 대해 민주당 선대위 측은 전략적으로 던진 의제가 아닌 후보 본인의 평소 지론에 가깝다며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집권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꺼내든 개헌론의 여파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대선 후보들도 대체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 자체는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개헌의 각론에서는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모든 정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나 다름없는 개헌론을 대선을 코앞에 둔 현시점에서 던진 의도에 대해선 잔뜩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선대본부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이 후보의 개헌 언급에 대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면서 "대선을 50일 남겨두고 얘기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가 대장동·코나아이·변호사비 대납·백현동 의혹 등에 대해 열심히 사과하는 게 먼저"라면서 임기 단축론에 대해서도 "해설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잘라 말했다.

윤 후보 본인은 개헌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개헌 얘기까지는 제가 대선 준비하면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민적 합의를 지켜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정치인은 내각제를 좋아하지만, 일반 국민은 대통령제를 많이 선호한다"며 "그 문제는 지금 언급 안 하겠다"고 개헌 논의에 거리를 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분권형 대통령제'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의 4년 중임제·임기 1년 단축 주장에 대해 "그게 핵심이 아니다"라며 "사실은 대통령을 8년 하겠다는 주장과 똑같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 4년 중임제가 되면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 재선될 것"이라면서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모든 대통령이 예외 없이 불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한 개헌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왕적 대통령제 앞에서는 의회에서의 협치도, 정당 간 연정도 무력화될 것"이라며 "슈퍼대통령제와 결별하겠다는 선언과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다음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으로 제시했다.

현시점에서 개헌 추진의 동력이 부족하고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점은 이 후보 본인도 인정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인터뷰에서 "합의가 쉽지 않다.

촛불혁명 직후 할 수 있었는데 실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판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혼전 양상으로 진행되는데다 검증을 앞세운 '진흙탕 네거티브' 공방이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개헌 이슈는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한 관계자는 "여든 야든 수세 국면에 몰린 후보가 개헌 카드를 통해 난국을 타개하고 정국 돌파를 시도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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