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단계적 추진론 내세워 개헌 논의 지속…'평소 지론' 전제에도 파장
尹 "대선 코앞에 진정성 어떻게 판단할지" 경계…安·沈 '대통령 권한 축소' 방점
대혼전·네거티브 대선에 정국 전환용 카드로 부상 가능성도
대선 막판 개헌론 돌출…李 "4년 중임·임기단축" 尹 "뜬금없다"(종합)
3·9 대선이 5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개헌 시 대통령 임기 단축' 의사를 밝히면서 향후 정국에 미칠 여파에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를 포함해서 대선주자들이 그동안 개헌 문제에는 비교적 신중한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바로 개헌 정국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박빙 양상으로 진행되는 선거 과정에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개헌정국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불을 댕긴 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다.

이 후보는 19일 오후 노인 정책공약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헌법이 소위 87체제, 87년에 군사정권에서 소위 문민정부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상태의 절충적 헌법"이라며 "안 맞는 옷을 바꿔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며 전날 방송 인터뷰에 이어 개헌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환경 기후 위기 대응에 대한 국가적 책임, 기본권 강화, 자치분권 강화, 대통령 권한의 분산 견제의 강화, 국정 안정화를 위한 4년 중임제 이런 게 합의 가능하다면 임기 단축을 하게 되더라도 개헌을 하는 게 좋겠다"며 권력 구조 개편 등 구체적인 의제와 함께 단계적·순차적 개헌 추진이라는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대선 막판 개헌론 돌출…李 "4년 중임·임기단축" 尹 "뜬금없다"(종합)
이 후보는 "특별한 계획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평소의 소신, 지론이란 꼬리표를 달긴 했지만, 집권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가 꺼내든 개헌론의 여파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른 대선 후보들도 대체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의 필요성 자체는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개헌의 각론에서는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모든 정치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나 다름없는 개헌론을 이 후보가 대선을 코앞에 둔 현시점에서 던진 의도에 대해 잔뜩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 용인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선 코앞에서 여러 상황이 막 터진 가운데, 딱 듣고 약간 뜬금없다"면서 "국민들께서 진정성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금 권력구조에 대해 말하는 건 대통령 권한을 줄이자는 것 아니냐"면서 이 후보가 제안한 '4년 중임제' 개헌보다는 '대통령 권력 분산' 방식의 정치 개혁에 무게를 실었다.

대선 막판 개헌론 돌출…李 "4년 중임·임기단축" 尹 "뜬금없다"(종합)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개헌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분권형 대통령제'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후보의 4년 중임제·임기 1년 단축 주장에 대해 "그게 핵심이 아니다"라며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가진 사람이 4년 중임제가 되면 모든 권한을 총동원해 재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대통령 권한 축소를 위한 개헌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는 올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슈퍼대통령제와 결별하겠다는 선언과 구체적인 실천계획이 필요하다"면서 다음 총선이 치러지는 2024년을 개헌 시점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각 후보 간 입장 차이가 극명한 현 시점에서 개헌 추진의 동력이 부족하고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은 이 후보 본인도 인정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정치적 '게임의 룰'의 측면이 있어서 이해관계가 다 다른 정치세력이 합의하기 용이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대선판이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혼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데다 검증을 앞세운 '진흙탕 네거티브' 공방이 극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개헌 이슈는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한 관계자는 "여든 야든 수세 국면에 몰린 후보가 개헌 카드를 통해 난국을 타개하고 정국 돌파를 시도할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