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맨 오른쪽)가 17일 저녁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윤 후보의 퇴근길 인사는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일정이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맨 오른쪽)가 17일 저녁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서 퇴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윤 후보의 퇴근길 인사는 사전에 정해지지 않은 일정이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17일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 내용이 공중파 방송에 공개되면서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어찌 됐든 많은 분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MBC가 김씨와 친여성향 매체 간 약 7시간 분량의 통화 내용 일부를 보도한 지 하루 만이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불교리더스포럼 출범식에 참석한 뒤 전날 김건희 씨 관련 방송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있어 (방송을) 보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후보는 ‘어떤 부분이 심려를 끼쳤냐’는 질문엔 “사적인 대화 내용이 방송으로 공개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것도 있다”며 “사적 대화를 뭐 그렇게 오래 했는지 저도 잘 이해가 안 가는 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인 제가 좀 더 잘 챙기고 해야 했는데, 새벽에 나갔다 밤늦게 들어오고 하다 보니 제 아내와 대화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김씨의 선거 개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제 처가 선거운동에 많이 관여했다면 그런 통화를 장시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겠냐”고 선을 그었다. 김씨의 캠프 인선 개입 논란엔 “제 처가 여의도 정치권 누구를 알아서 그걸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가 통화에서 “솔직히 나랑 우리 아저씨(윤 후보)는 되게 안희정 편이야”라고 말한 데 대해선 “제가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씨의 이 발언은 ‘미투’(성폭력 피해 폭로) 당사자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인과 관련된 윤 후보의 사과는 지난해 12월 18일 김씨의 허위 경력에 대해 공식 사과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당시 윤 후보는 “팩트 체크가 먼저”라며 사과를 미루다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이번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다만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김씨와의 통화를 몰래 녹음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이 회사 백은종 대표, 녹음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열린공감TV 측 인사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또 통화 내용을 보도한 MBC 측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방송금지 가처분 판결이 내려진 부분을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윤 후보는 북한이 올 들어 네 번째 탄도미사일을 쏜 데 대해 “평화는 압도적 힘의 결과”라며 “킬체인(Kill-chain)이라 불리는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후보는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발사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국민을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무엇보다 유명무실해진 ‘3축 체계’를 조기에 복원하고 강화하겠다”고 했다.

3축 체인은 △선제타격능력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북한의 선제공격 시 대량응징보복(KMPR) 등 세 가지 방어전략을 의미한다. 이런 미사일 방어 전략은 박근혜 정부에서 완성됐고, 문재인 정부도 이어받았다.

윤 후보는 지난 11일 “(핵을 탑재한 미사일 발사) 조짐이 보일 때 3축 체계 제일 앞에 있는 킬체인이라는 선제타격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당시 “자칫 선전포고로 해석될 수 있어 세계 어느 지도자도 선제타격을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며 날을 세웠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