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논란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치료제를 건강보험에서 보장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앞서 "젊은 사람들이 (탈모약을) 투약할 사람이 많은 데 연애도 어렵고 취직·결혼도 어렵다고 실제 그렇게 얘기한다"며 "웃을 일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야당에서는 "모(毛)퓰리즘"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탈모치료제는 정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걸까요?

탈모는 노화나 유전으로 인한 탈모와 병적 탈모로 나뉩니다. 병적 탈모는 지루성 피부염에 의한 탈모와 스트레스성 탈모를 의미하는데요. 피부염이 두피로 번져 머리가 빠지거나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가 생기는 경우를 병적 탈모로 분류합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병적인 탈모가 심해져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됩니다. 결국 이 후보가 탈모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 혜택을 주겠다는 것은 노화와 유전에 의한 탈모에 해당하는 겁니다.

이 후보는 "수없이 많은 사람이 현실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그 재원을 부담하고 있는 그들을 굳이 배제해서 섭섭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는데요.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인 상황을 고려하면 특정 질환을 겪는 이들의 '섭섭함'을 고려하는 것은 대통령 후보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논란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건강보험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문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17년 건강보험은 7077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이듬해 1778억원 적자를 냈습니다. 2019년에는 적자가 2조8243억원 달했습니다. 2020년(-3531억원)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건강보험 적립금 역시 지난해 17조 4181억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건강보험료는 올랐습니다.

노화와 유전으로 인한 탈모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주장이 타당한지 반드시 검토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필연적으로 국민의 부담이 늘어나거나, 다른 질병의 건강보험 적용이 배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희숙 전 의원은 앞서 SNS에 "문재인 케어로 건보재정이 악화된 바람에 올해부터는 3개월 정도 먹어야 효과를 알 수 있는 2군 항암제 상당수가 급여에서 제외된다"며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집을 팔아야 하는 가슴 아픈 일이 공보험 재정을 위해 방치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스케일링이 건강보험으로 적용됐다"고 반박했습니다. 사실입니다. 하지만 스케일링에 정말 건강보험 적용을 해야 하는지 재검토가 필요하지, 탈모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야권은 물론 일부 전문가와 환자단체에서도 이 후보의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장을 역임한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에 "건강보험제도를 망칠 포퓰리즘"이라고 혹평했습니다. 이 교수는 "비급여인 탈모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 미용·성형 및 피부과 영역의 수많은 시술과 치료들도 같은 반열에서 급여화가 검토돼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나라는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데도 7일 민주당에서는 탈모치료제에 이어 가발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민주당 선대위 신복지위원회 보건의료분과장을 맡은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날 MBC 라디오에서 "가발이 보통 200만~300만원 된다고 한다"며 "(탈모가) 아주 중증이어서 가발이 아니면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정도의 경우에만 (건강보험 적용이) 해당한다"고 했습니다다. '모(毛)퓰리즘(털+포퓰리즘)'이라는 야권의 비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