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비판에 작년 SLBM때 '도발' 대신 "깊은 유감"…이번엔 추가로 수위 낮춰
탄도미사일 '추정'이라 신중했을 가능성…확인땐 안보리 결의 위반
대화재개 모색하는 정부, 북 발사체에 '도발·유감' 아닌 "우려"
정부가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 발사를 이번에도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우려'를 표명하는 선에서 신중하게 대응했다.

북한과의 대화 복원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북한의 이른바 '이중잣대' 주장을 고려한 저강도 대응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쏘자 화상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위원들은 회의에서 국내외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이번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과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때 등장했던 '도발'이라는 표현은 이번에도 없었다.

더 나아가 '우려 표명'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당시 정부가 '깊은 유감'을 표한 것보다도 신중한 단어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월 당대회 보고에서 자신들의 무기 개발이 '자주권'이라며 이를 '도발'로 규정하는 것은 '이중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9월에 남북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이중 잣대'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자 정부는 지난해 9월 28일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때부터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행위에 대해 이번엔 '도발'도 '유감'도 아닌 '우려'로 대응 수위를 낮춘 것은 정부가 북한과 대화 재개를 모색하는 데 여전히 무게추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정세 긴장을 유발할 수 있는 표현은 되도록 자제하자는 것이다.

이날 NSC 상임위원들은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과 긴장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최근 정부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반전시키지 않으면 자칫 '장기 교착'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인식을 내비치며 대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끝까지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북한은 지난해 말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종전선언 제안 등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침묵을 지켰지만,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조기 재가동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힌 바 있다.

이번 발사체의 위협 강도를 고려해 정부가 표현 수위를 조절했을 소지도 있다.

북한의 직전 무력 시위였던 SLBM은 은밀한 공격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일반적 탄도미사일보다 위협적으로 여겨진다.

반면 이날 발사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는 아직 사거리나 기종 등 제원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수위를 조절한 대응을 이어갈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금지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용인한다는 뜻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에 대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번 발사체도 탄도미사일로 최종 확인될 경우 안보리 결의 위반이 된다.

안보리는 지난해 10월 북한의 SLBM 발사 당시에도 이를 긴급 의제로 올려 논의한 바 있다.

당시 안보리 차원의 공동대응이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 국가 등은 회의에서 이를 '도발'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북한과 전제 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미 국무부 대변인)는 입장을 고수해온 바이든 행정부가 SLBM에 이은 이번 미사일 발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향후 정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북한 발사체에 대해 "작년 이후 북한이 연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것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