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정치'에 "울산회동 2탄이냐" 비판적 시선도…"당 대표직은 유지"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인 이준석 대표가 21일 모든 선대위 직책을 벗어던졌다.

선대위 지휘부인 상임선대위원장과 '홍보전략 컨트롤타워'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에서 모두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공보단장인 조수진 최고위원과 전날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지휘체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며 정면충돌한 것이 발단으로 작용했다.

당내에선 문제 인식을 이해하면서도 대선을 불과 78일 앞둔 상황에서는 당대표로서 바람직하지 않은 처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비공개 잠행을 이어간 끝에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던 '울산 담판'의 데자뷔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대표 패싱 논란'이 일자 "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페이스북 글을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 전국 각지를 돌며 '당무 거부'에 돌입했다가 나흘 만의 '울산 회동'을 통해 윤 후보와 담판회동을 하고 요구 사항을 관철시켰던 '벼랑 끝' 방식을 되풀이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패싱→잠적 데자뷔…조수진 뇌관에 선대위 박차고 나간 이준석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내에서의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수진 최고위원을 겨냥해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선대위 전면개편이 이뤄지거나, 조 최고위원이 사과하더라도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당 대표로서 해야 할 당무는 성실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선대위 회의에는 불참하겠지만, 당 대표로서 최고위원회의에는 계속 참석하며 당무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조 최고위원과의 갈등뿐 아니라 선대위 출범 후 지난 2주간 여러 사안에 있어서 갈등의 불씨가 누적돼 왔음을 시사했다.

"최근 중차대한 논의 사항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제 있었던 선대위에서는 책임 있는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가장 최근의 중차대한 사안을 논의하자'는 제 제안이 거부됐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새벽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는 미리 선대위직 사퇴 의사를 알렸으며, 김 위원장이 자신을 만류했으나 사퇴 의지를 거듭 밝혔다고 말했다.

패싱→잠적 데자뷔…조수진 뇌관에 선대위 박차고 나간 이준석

당내에서는 이 대표의 '선대위 모든 직책 사퇴'가 무책임한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 대표는 무한책임을 갖는 자리인데 당 대표라는 엄중한 자리를 가볍게 여기면서 몽니를 부리는 도구로 쓰고 있다"며 "대표이자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이 마치 제3자처럼 평론이나 하는 모습이 옳은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대위가 개선돼야 한다는 이 대표 지적은 맞지만 조수진 의원과의 일을 발단으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지겠나"라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울산 회동 마무리됐을 때는 넘어갔지만 이번이 두 번째이지 않나.

조수진 최고위원의 행동과 무관하게 당 대표로서의 이번 행동에 당원들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완벽한 오판이다.

당 대표로서 자질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가 결국 윤 후보에 대해 '연락 한 번 없었다'고 불만을 표출한 것인데, 정권교체 열망에 찬물을 뿌리고 있다.

그러면서 '당무는 챙기고 공천은 한다'는 것인데 오만방자한 태도"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재선 의원은 "조수진 최고위원이 동기가 됐지만 이 대표가 선대위 체제의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울산 회동' 이후에도 문제가 수정되지 않고 똑같은 행태가 되풀이되는 데 강한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당 대표가 좀 더 무게 있게 행동하고 감정이 섞인 언행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당 대표이자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망가진 시스템을 후보가 가볍게 보고 즉각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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