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바야흐로 여론조사의 계절이다. 대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여야 후보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 지지율은 여론조사기관별로 들쑥날쑥하다. 바로 전날 역전했다가 또다시 뒤집히는 경우도 있고, 어떤 조사에선 격차를 한참 벌리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기관별로 다른 △여론조사 방식 △구체적인 질문 내용 △표본 선정 △응답률 등이 조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만 따지기보다 지지율 흐름을 파악할 것을 권했다.
여기선 이재명, 저기선 윤석열…여론조사마다 제각각 왜

(1) ARS·면접 등 조사 방식

한국갤럽은 17일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36%)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35%)를 1%포인트 앞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15일 공개된 한길리서치 조사에선 윤 후보(41.8%)가 이 후보(40.6%)를 1.2%포인트 차로 앞섰다. 두 조사 모두 오차범위 이내 접전이긴 하지만 여야 후보 간 승부가 엇갈렸다.

이번 주 초 이뤄진 여론조사는 기관별 편차가 더욱 도드라졌다. 지난 13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 지지율이 45.2%로 이 후보(39.7%)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같은 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선 윤 후보(42%)와 이 후보(40.6%) 지지율 격차가 1.4%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비슷한 시기 시행된 여론조사에 기관별로 편차가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조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이번주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리 녹음된 기계음으로 진행하는 ARS(자동응답) 조사가 사람이 직접 전화를 통해 물어보는 전화면접 방식보다 윤 후보 지지율이 대체로 높게 나왔다. 최근 1주일간 윤 후보 지지율이 가장 앞선 PNR 조사는 유·무선 ARS 방식이었다. 반면 이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나온 한국갤럽(17일), 넥스트리서치(16일) 등 조사는 모두 전화면접이었다.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ARS는 정치 성향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진보나 보수층 답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전화면접 조사에선 냉정하게 전화를 끊기가 어렵다보니 상대적으로 중도층 응답자가 많이 포함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ARS 조사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대체로 높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선 “윤 후보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이 후보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ARS 조사가 면접 조사에 비해 더 정확하다는 반론도 있다. 사람보다 기계에 속내를 털어놓는 게 덜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2) 구체적인 설문 내용

설문 내용도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지난 9일 KSOI가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43.2%)는 이 후보(40.8%)를 2.4%포인트 차로 앞섰다. 같은 날 발표된 NBS 조사에선 이 후보(38%)가 윤 후보(36%)를 눌렀다. 두 업체 모두 무선 전화면접을 통해 설문을 했다. 설문 문항이 결과를 가른 것으로 추정됐다. KSOI는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큰 후보’를 물었다. 이에 따라 두 후보의 지지율은 평시보다 소폭 상승한 반면 평소 5% 안팎의 지지를 받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0.6%),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0.2%) 지지율은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사표를 꺼리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다. 반면 NBS 조사에선 4명의 대선 후보를 모두 예시한 뒤 ‘누구에게 투표할 생각이냐’고 물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질문 내용뿐 아니라 순서도 설문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3) 표본 선정·응답률

표본 선정 방식도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친다. 성별, 지역별, 연령별 유권자 비율을 실제와 비슷하게 가져가야 정확하게 민심을 읽을 수 있다. 최근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로부터 받은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한 여론조사가 늘어나는 것은 표본 확보가 쉽다는 이점 때문이다. 다만 이런 방식은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알뜰폰 사용자가 배제되는 문제가 있다. 이런 이유 등으로 여론조사업체들은 10~20% 비율로 유선전화 설문을 병행한다. 지난달 본지가 입소스에 의뢰한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도 90%의 무선 전화면접과 10%의 유선 전화면접을 병행했다. 최형민 입소스 수석연구원은 “휴대폰이 없거나 잘 쓰지 않는 고령자 의견 등을 반영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응답률도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다. 응답률이 낮아 할당된 표본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 가중치를 높이는 등 통계적 기법이 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급적 같은 조사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를 추세적으로 비교하라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여론조사업체 몇 개를 정한 뒤 추세를 시계열로 관찰하면 대략적인 민심의 흐름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