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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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경계근무, 훈련·교육시간 외 전면 자유화하고 두발과 복장에서 간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9일 내놓은 병사 기본권 확대 공약의 일부다. 심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장병 복지공약을 발표했다.

심 후보의 공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군장병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상당히 파격적인 정책을 다수 포함해 눈길을 끈다.

우선 심 후보는 병사들에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보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내년 예정된 병장 기준 월 67만원의 급여는 2017년 최저임금의 50%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형 모병제로 완전 전환하는 2030년대 이전까지 단계적 병사 봉급 인상으로 최저임금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군 생활 중 다치는 공무상 상해에 대한 치료와 회복은 국가가 책임질 뜻도 밝혔다. 심 후보는 “모든 군인의 공무상 상해에 대해 완치 때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군 병원과 민간병원 중 어디에서 치료받을지 환자 본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병사의 민간병원 진료 보장을 위해 현재 30일 범위의 청원휴가를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국가유공자 등 보훈 가족에 대한 국가 돌봄도 보장한다. 심 후보는 “국가유공자, 보훈대상자에 대한 국가의 심사 기준을 완화하겠다”며 “군에서의 상해나 사망으로 인한 가족의 요양부담, 생계부담에 대해 전적으로 국가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병사 기본권 확대와 관련해서는 파격적인 공약을 대거 제시했다. 심 후보는 ‘휴대전화 전면 자유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현재도 일과 후와 휴일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지만, 훈련소 등 양성기간과 일과 중에는 여전히 사용이 제한된다”며 “군사목적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양성기간과 일과 시간까지 포함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자유화하겠다”고 했다.

경계근무, 훈련 및 교육시간 등이 아니라면 신병 훈련소에서도 자유롭게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병사와 간부의 차별이 해소된 ‘평등 군대’를 만들겠다고도 공언했다. 심 후보는 “병사는 왜 머리 가르마를 탈 수 없느냐”고 반문한 뒤 “가르마 여부로 계급을 구분하지 않도록 두발과 복장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목욕탕, 이발소, 매점, 분식점 등 모든 공용시설에서 병사와 간부의 사용 차별을 없애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하루 1만원인 병사 1일 급식비는 1만5000원으로 인상하고, 훈련소를 포함한 전 병영 침대형 6인 1실 적용, 1일 7시간 근무 및 일과 후 사생활 보장 등 공약도 제시했다.

심 후보는 간부들의 ‘워라밸’을 보장하는 공약도 내놓았다. 그는 “군인 주택수당은 95년 신설 이후 26년간 월 8만원으로 동결된 상태인데 반면 같은 기간 주택가격은 89.1%로 폭등했다”며 “주택수당 현실화를 위해 국방부 인상안대로 월 15만원을 보장하고 간부 숙소 부족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평일 1만원, 주말 2만원에 불과한 간부 당직 수당을 현실화할 뜻도 밝혔다. 심 후보는 “당직 수당을 경찰이나 소방 등 타 공무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인권침해적 통제를 엄격하게 제한해 군 간부의 휴식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근무 환경이 열악한 최전방 감시초소(GP)와 함정 근무자에 대해선 별도 대책을 내놓았다. 심 후보는 “GP 근무자들은 평균 3개월 간 고립돼 임무를 수행하는데 근무수당은 간부 월 8만5000원, 병사는 4만원에 불과하다”며 “근무수당을 100% 인상하겠다”고 했다. 함정 근무자에 대해선 근무수당을 150% 올려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