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반대 공동서한을 주도한 영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지난 9월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하고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제공
종전선언 반대 공동서한을 주도한 영 김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지난 9월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하고 있는 모습./ 더불어민주당 제공
미 공화당 소속의 연방 하원의원 35명이 “종전선언은 평화를 촉진하는 대신 한반도의 안보를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담은 공동서한을 백악관과 국무부에 발송했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평화협정과 다르다”며 사실상 서한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계인 영 김 의원, 미셸 스틸 박 의원 등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 35명은 7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앞으로 보낸 공동서한에서 “미성숙한 평화조약은 2만8500명의 주한미군 병력을 철수하라고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중단을 근거로 들어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영구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며 “적대행위를 끝내자는 선언은 북한이 핵 무기를 없애고 인권 문제에 있어 입증 가능한 개선을 이룬 후에 장기간 포괄적인 협상을 마치면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한에 참여한 의원들은 “김정은 정권이 평화 협정 조건을 준수할 것이라는 이론을 뒷받침할 역사적 선례도 없다”며 “북한은 한·미와의 구속력있는 협정들을 지속적으로 위반해왔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정은은 종전선언에 대해 ‘미성숙하다’며 종전선언을 추진하는데 관심이 없다고 밝혀왔다”며 종전선언에 적극적이지 않은 북한의 태도도 지적했다. 김정은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부터 먼저 철회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이 광물 수출·정제유 수입·민생 및 의약품 분야에서 제재를 해제해줄 것과 적어도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해줄 것을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8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주둔과 유엔사 지위와 전혀 무관하다”며 “종전선언을 비핵화 협상의 출발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남북 정상은 이미 10·4 공동성명, 4·27 판문점 선언 등에서 (종전선언에) 이미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미국 정부도 아닌 의회 의원들의 서한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당국자는 “종전선언은 대화 재개와 비핵화 협상의 마중물 역할을 할 전술적 영역”이라며 “완전한 비핵화 시점에 추진하는 건 평화협정이지 종전선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한은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 내의 부정적인 여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종전선언의 계기로 꼽혔던 베이징올림픽에 대해 미국 정부가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한 다음날 미 의회에서까지 반대 집단서한이 나오며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에 악재가 될 전망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