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겨냥 벽화 화제
尹, '개 사과·손바닥 王·전두환'
李, '김부선·은수미·대장동'
작가들 "배틀 벌여 패자 그림 내릴 것"
전문가 "정파성 존중, '명예훼손'은 고려해야"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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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쥴리'부터 '김부선'까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풍자한 벽화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석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바야흐로 '벽화 전쟁'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벽화 전쟁은 지난 7월 윤 후보의 아내인 김건희 씨의 과거 유흥업소 종사설을 겨냥한 그림이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한 건물 외벽에 그려지면서 시작됐다. 벽화에는 한 여성의 얼굴 그림과 함께 '쥴리의 남자들', '쥴리의 꿈! 영부인의 꿈!' 등의 문구가 적혔다.

당시 국민의힘은 김 씨가 자신과 관련된 소문을 전면 부인했음에도 이러한 벽화가 그려지자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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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와 경쟁을 펼쳤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이 같은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대선에서 후보자 본인과 주변인에 대한 검증은 꼭 필요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그런 벽화를 바탕으로 한 조롱 같은 행위 아니면 음해 행위 같은 경우, 저는 유권자 표심에 부정적인 영향보다 그것을 한 분에 대해서 많은 분이 지탄할 거로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나라지만 정치적 담론 같은 경우 그런 방식보다 더 세련된 방식으로 표현할 방법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잠잠해질 즈음인 지난달 13일 윤 후보를 겨냥한 새로운 벽화가 같은 장소에 등장했다. 윤 후보의 무속 논란을 일으켰던 손바닥 '王(왕)' 자와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논란이 발생한 '개 사과' 관련 그림이 그려졌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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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후보 관련 벽화가 화제를 모으자 이번에는 이 후보를 겨냥한 벽화가 바로 옆에 걸리면서 대결구도가 본격화됐다. 이 벽화는 지난달 30일 공개됐으며 배우 김부선 씨와 은수미 성남시장으로 추정되는 인물, 대장동 의혹을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벽화가 공개된 후 김부선 씨는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술을 빙자한 폭력 행위"라며 "나는 김건희도 김혜경도 아니다. 나는 그냥 배우 김부선이다. 누군가의 엄마이고 가족이다"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법은 멀고 펜은 가깝다. 다음엔 뺑끼(페인트) 칠한다"라며 벽화를 직접 훼손한 뒤 이를 공개하기도 했다. 공개된 사진에서 벽화 속 김부선 씨의 얼굴은 펜으로 낙서가 되어 있으며 '법은 멀고, 펜은 가깝다. 나이와 성별은 달라도 인력은 똑같다'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사진=배우 김부선 씨 페이스북 캡처

사진=배우 김부선 씨 페이스북 캡처

두 벽화를 그린 작가들은 정치혐오가 아닌 예술의 측면에서 그림을 바라봐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윤 후보를 겨냥한 벽화를 그린 그래피티 작가 닌볼트는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정치라는 주제를 두고 각 진영에서 한 사람씩 나와서 말 그대로 그림으로 싸우는 것"이라며 "욕설이나 폭력보다 훨씬 평화로운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와 관련된 벽화를 그린 탱크시도 같은 방송에서 "사람들이 정치 얘기만 나오면 서로 얼굴을 붉히기 때문에 제 그림을 보고 한 번이라도 웃으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상황을 바라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렸다"며 "다양한 추측을 할 수 있다는 게 그림의 묘미이므로 상상의 재미를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술에서의 이념 지향성 혹은 정파성은 어느 정도 논쟁의 여지가 있는 측면이 존재하므로 벽화 자체를 두고 '옳다', '그르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면서도 "다만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부분을 예술로 봐야 할 지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두 작가는 4일부터 사흘간 온라인 투표를 통해 '아트 배틀'을 벌인다. 닌볼트는 아트 배틀에서 패배할 시 자신이 그렸던 윤 후보 겨냥 벽화를 직접 지워버리겠다고 약속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bigze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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