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진서 종전선언·공급망 등 논의…中, 비핵화-평화협상 '쌍궤병행' 확인
서훈 "한반도 영구 평화 노력하자"·양제츠 "공급망 협력하자"(종합2보)
베이징 특파원단 공동취재단·조준형 특파원 =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2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종전선언 등 한반도 평화 증진 방안과 공급망 협력 방안 등을 협의했다.

서 실장과 양 정치국원은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6시)께 톈진 시내 한 호텔에서 만나 회담한 뒤 만찬을 겸한 후속 협의를 진행했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서 실장은 "한국은 중국과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하고 지역에서의 협력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다자주의를 수호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밀접한 고위급 왕래를 기대하며, 무역과 문화, 방역 등 영역에서 실질 협력을 전면적으로 심화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답방,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 참석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언급으로 해석된다.

서 실장은 또 중국의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해 서방발로 추진되고 있는 '외교적 보이콧'(올림픽에 정부 관계자를 보내지 않는 것) 흐름과는 거리를 뒀다.

이에 양 정치국원은 "다자주의와 자유 무역 시스템의 강력한 지지자로서 중국과 한국은 상호 보완적인 이점을 계속 활용하고 양국, 지역, 세계 공급망의 안정성과 원활함을 보장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중 간 반도체 등 관련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자는 제안인 동시에, 중국을 배제한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한국이 적극 참여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양 정치국원은 이어 "한반도 문제는 쌍궤병행(비핵화 협상과 한반도평화체제 협상의 병행)과 단계적·동시적 접근에 입각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관련국과 함께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의 장기적인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 실장은 언론에 공개된 모두 발언에서 "양국간 소통과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세계 정치·경제 현안에 큰 역할을 하고 있고 한국도 선진국에 진입해 글로벌 무대에서 기여도를 높여가고 있다"며 "양국의 달라진 위상만큼이나 협력 범위와 수준 또한 더 확대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최근 요소수 사태와 관련한 중국 정부의 신속한 협조에 사의를 표한다"며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상호 긴밀히 협의해 나가길 기대한다"고도 했다.

서훈 "한반도 영구 평화 노력하자"·양제츠 "공급망 협력하자"(종합2보)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을 "오랜 친구(라오펑여우·老朋友)"로 칭하고는 "현재 국제 및 지역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한 양측이 제때 전략적 소통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또한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한 양국은 중요한 이웃이자 협력 동반자로 수교 이래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윈윈의 정신에 따라 양국 관계의 빠르고 전면적인 발전을 추진함으로써 국가간 관계 발전에 모범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기, 새로운 정세 하에 중국은 한국과 함께 우호를 튼튼히 다지고 협력에 초점 맞춰서 양국관계를 보다 더 좋은 관계로 추진함으로써 양국 국민에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지역과 세계 평화·안정 및 발전 촉진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서 실장은 현재까지 한미 간에 진전된 종전선언 논의를 중국 측에 설명하는 한편,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협력을 당부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6·25 전쟁 정전협정의 서명국으로서 종전선언에 당사자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지난달 25일 장하성 주중대사와 양 정치국원간 회동을 포함한 일련의 외교 협의 계기에 분명히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날 협의에서 양 정치국원은 종전선언 참여 입장을 재확인하고, 문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보인다.

서훈 "한반도 영구 평화 노력하자"·양제츠 "공급망 협력하자"(종합2보)
한미를 중심으로 진행돼온 종전선언 논의에 중국이 동참할 경우 북한까지 포함하는 남·북·미·중 4자 협상 추진 논의가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양 정치국원은 점점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대 중국 압박 및 포위 구상에 한국이 동참하지 말 것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맥락에서 이날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대만'이 명시된데 대해서도 입장 교환 및 설명이 있었을지 주목된다.

SCM 성명에는 "양 장관(서욱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2021년 5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문안이 들어갔다.

회담에는 한국 측 김준구 평화기획비서관, 유승민 평화기획비서관실 행정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이 배석했다.

평화기획비서관실은 청와대 안에서 종전선언 업무를 주무로 관할하는 조직이다.

중국 측에서는 덩리 외교부 부부장, 천사오춘 외교부 아주사(아시아국) 참사관 등 외교부 당국자들이 주로 배석했다.

정부 전용기(공군 3호기)편으로 방중한 서 실장 등 한국 측 대표단 일행은 3일 귀국 예정이며, 귀국 전 언론에 협의 결과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서훈 "한반도 영구 평화 노력하자"·양제츠 "공급망 협력하자"(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