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준석과 갈등에 "불쾌해도 같이 가자 해야"…尹 "받들겠다"
윤석열, 달개비 회동 후 8일만 김종인과의 일별에 "통상적 덕담 했다"

"바다가 모든 개울물을 끌어안듯 윤석열 후보는 마음에 들든 안 들든, 싫든 좋든 전부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국민의힘 신경식 상임고문)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둘러싼 내홍에 더해 며칠째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 등으로 리더십 위기에 처한 윤석열 대선 후보에게 당 원로들이 고언을 쏟아냈다.

윤 후보는 2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함께 했다.

대한민국 헌정회장을 지낸 신 고문은 모두발언에서 마이크를 잡자마자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전부 내편 만들어야" 원로 쓴소리 들은 尹…김종인과도 조우
신 고문은 "김종인 그분의 직책이 뭔지 모르겠는데, 김종인 씨 하고 이준석 대표 두 사람 때문에 우리당이 여러 가지로 상처를 입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신 고문은 이어 "두 분이 우리당에 들어와 앞장서서 일해서 당력에 영향을 주는 큰 표를 갖는 분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두 분을 윤 후보가 끌어안고 같이 나가지 못할 때는, 마치 윤 후보가 포용력 없이 검찰에서 법대로 휘두르던 성격을 갖고 정치하려고 한다는 비판을 받아 잃어버리는 표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고문은 과거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민정계 대표였던 박태준 전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 새벽차를 타고 경상남도 거제로 내려가 종일 머물렀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이런 일이 보도되니 YS에게 반감을 가졌던 사람들이 서서히 방향을 바꿔 김영삼 후보를 지지하는 데 모두 동참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여론을 보면, 후보보다 김종인·이준석 두 분이 언론을 더 많이 타고 있다.

(김종인·이준석에게) 시간을 뺏기지 말고 과감하게 밀고 나가라는 이야기들이 많지만, 한 발 더 내다보라"라며 "아무리 불쾌하고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당장 오늘 밤이라도 이 대표가 묵고 있다는 어디 바닷가를 찾아가서 같이하자며 서울로 끌고 올라오면 내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 고문은 "지금 여론조사에선 윤 후보가 우위를 차지하지만, 인기라는 것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지금도 벌써 초반과 많이 바뀌었다"며 "앞으로 선거 전략의 포인트는 이재명과 현 정권을 심판하는 데 맞춰 밀고 나가라"고 덧붙였다.

신 고문의 모두발언 도중 권해옥 상임고문이 "(이 대표에게) 왜 찾아가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부 내편 만들어야" 원로 쓴소리 들은 尹…김종인과도 조우
이처럼 비공개 오찬 중에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합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반대 의견이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선대위 내부에서 갈등과 반목의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윤 후보가 모두를 포용하는 모양새가 적절하다는 의견이 공통으로 나왔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무슨 일이 있었건 간에 윤 후보는 국민한테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같은 원로들의 조언에 "고문님들의 말씀을 경청하고 받들겠다"며 별다른 첨언 없이 듣기만 했다고 한다.

한편 이날 오찬 장소에는 비슷한 시각 김종인 전 위원장도 개인 약속차 등장하면서 두 사람은 조우했다.

두 사람이 만남은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만찬 이후 8일 만이다.

윤 후보는 원로들과 오찬을 마친 뒤 김 전 위원장이 식사하는 방으로 다가가 인사를 나눴다.

윤 후보는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과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김 전 위원장이 고등학교 동기분과 단둘이 계셨다.

기자들이 김 전 위원장도 계시다고 해서 알게됐다"며 "다른 방에 계시다는데 당연히 제가 못 뵐 이유가 없다.

통상적인 덕담을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