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윌슨센터 주최 포럼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윌슨센터 주최 포럼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이 “우리도 개발하는 사거리의 미사일이라면 (북한 미사일을) 문제 삼을 필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의 반발을 근거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2부 훈련도 생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외교원장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북한 옹호 주장을 내놓으며 한·미 간 시각차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홍 원장은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린 ‘미·북 관계 전망’ 세미나와 이어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500㎞ 미사일을 발사하면 위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개발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SLBM은 심해에서 레이더 추적망을 피해 발사할 수 있어 ‘기습 핵공격’을 위한 무기로 꼽히는데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북한의 SLBM과 핵 미보유국인 한국의 SLBM을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한 것이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랜드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이미 최대 116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은 지난 10월 2년만에 SLBM 발사를 재개했다.

북한의 대미(對美) 적대감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도 내놨다. 홍 원장은 “북한 입장에서 미국은 믿을 수 없고 말은 거창한데 행동하지 않는 나라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경제력이 북한보다 600배 강하고 핵무기도 300배 갖고 있는 미국이 북에 과연 핵을 포기할 기회를 줬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을 고르바초프로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가 스탈린으로 만들고 있는 건 아니냐”고도 했다.

종전선언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북한이 무력도발을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했다. 홍 원장은 “만약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에 위기가 올 것”이라며 “4~10월이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김기정 국가전략안보연구원장은 종전선언이 성사되면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 유엔군사령부 해체 등을 주장하고 나설 것이라는 미국 측 전문가들의 우려에 “유엔사와 주한미군 철수는 냉전 시기에 나온 유산”이라고 반박했다. 북한은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9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성 유엔대사의 입을 빌려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사 해체 주장을 한 바 있다.

외교원장 내정자 신분이던 지난 8월 큰 파장을 불러왔던 연합훈련 축소 주장도 재차 언급했다. 홍 원장은 “연합훈련 2부 훈련은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라며 “2부 훈련은 생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북 제재가 사실 북한에 벌을 주는 의미도 있지만 북한의 행동을 바로잡고 북한이 핵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며 “제재를 완화시켜 주는 방향으로 가면서 비핵화를 촉진하는 진정한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원장은 종전선언에 대해 “일부에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가 ‘무슨 드라마틱한 쇼를 하려느냐’라는 비판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에 작동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매커니즘을 만드는 게 정부의 정치적 차원의 목적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전략의 하나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어젠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 좋은 타이밍인가 물어본다면 합의와 실천동력이 만들어지면 그것 자체가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