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없이 핵심전력 고정배치…미군 '한반도 특화' 임무 가능
전문가 "한반도에서 대중국 전략적 견제 의도"…韓국방부, 긍정평가
아파치·포병 상시주둔, 대북억제 키워…전략적 유연성 확대될듯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의 규모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고 아파치 공격헬기와 포병여단 본부를 상시주둔 부대로 전환하면서 앞으로 미군의 역할과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미국 국방부는 29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3월부터 착수한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GPR)에 대한 검토 결과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주한미군을 보면 현재 2만8천500명의 병력 수준을 유지하되, 순환배치 부대였던 아파치 헬기부대와 포병부대를 고정배치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군과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핵심 전력을 고정 배치하게 되어 대북 억제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분쟁지역 등에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이에 미 국방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의 잠재적인 군사적 공격을 억제하고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동맹 간 협력 강화를 위한 주문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와 관련해서는 한국 내에서 우려가 제기된 미군 감축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 상원과 하원에서 국방수권법(NDAA)에 주한미군 규모를 2만8천500명 미만으로 줄일 경우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감축 제한 규정이 삭제되면서 감축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군의 한 전문가는 30일 "주한미군 규모가 변동 없다는 것은 한반도에 미군의 공고한 주둔 태세를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에 주는 메시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순환배치 대상이던 포병여단 본부와 아파치 헬기 부대를 한반도에 고정 배치하기로 하면서 대북 억제력 강화 등 전력 증강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주한미군은 북한의 전차·고속침투정 등에 대한 정밀타격 능력을 강화하고자 아파치 헬기를 AH-64E(아파치 가디언) 최신형으로 대체하고 있다.

강원 원주와 전북 군산에 각각 1개 대대씩 18대씩 운용하던 아파치 롱보 헬기대대를 군산으로 통폐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치 헬기는 해상으로 침투하는 북한 특수선박 등에 대한 대응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작전부대에서 운용한다.

고정배치로 미군의 특수작전 능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 관계자는 "(고정배치시) 한반도 지역에서 미군의 임무가 특화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이는 미군들이 연합작전계획과 한반도 지형, 임무에 더욱 숙달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미 육군은 지난 9월 미국 워싱턴주의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에 있던 제2보병사단의 포병대 본부를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재배치를 완료한 상태다.

한미연합사단 예하 210화력여단에는 2015년 MLRS(다련장로켓) 2개 대대가 편성됐다가 2016년 미 2사단 20포병연대 2대대의 배치로 3개 대대로 증강됐다.

미 2사단 평택 이전 후에도 동두천에 남게 된 210화력여단은 MLRS와 전술지대지미사일(ATACMS), 신형 다련장로켓 발사기(M270A1)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포병여단의 경우 MLRS 부대인데 북한의 대화력전 임무를 수행한다"며 "이런 특수 임무를 고려하면 대비태세가 훨씬 더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방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한국 국방부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국방당국 간 소통을 지속한 결과"라며 "한미동맹이 양측 입장에서 봤을 때 중요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검토 결과를 사전에 미 국방부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애초 미국이 해외 미군 배치를 재검토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중국의 부상'이 핵심 고려사항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중국 견제 등 역외 임무 수행을 위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내달 2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도 미국이 대중 견제 전략의 일환으로 동맹 차원의 협력 강화 등을 요청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사실상 대중 전략적 견제 차원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확인된 것"이라며 "(미국이) 한반도에서 중국에 대한 전략적 견제를 유지 혹은 견지하겠다는 의미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주한미군 병력 숫자보다는 앞으로 그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요하다"며 "당장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북한이라는 단일 위협을 넘어 중국 쪽에 (역할의) 비중을 좀 더 실어갈 것이라는 건 명확해보인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