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어 영국, 호주 고려·일본도 동참 가능성…미중 '가치 갈등' 이슈 급부상
정부 "미국 협의 요청 없어"…확산세 주시하며 아직은 신중 모드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논의 확산…한국도 선택기로 설까
내년 2월 개최될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이 미·중 갈등의 핵심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한국도 고민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당초 남북미중 고위급 인사가 모일 가능성이 있는 베이징 올림픽이 한반도 정세 진전의 계기가 되길 기대해 왔지만, 오히려 올림픽이 미중간 대결 이슈로 부각돼 선택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올림픽 개·폐회식에 정부나 정치권 인사 등으로 구성된 공식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해 관련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후 동맹국들의 동참 가능성이 속속 보도되며 국제적 관심 사안으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미국 외에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한다고 보도된 국가는 영국과 호주 등이다.

두 국가는 미국과 3자 안보 파트너십 '오커스'(AUKUS)를 결성하는 등 대중국 강경 기조를 보여왔다.

일본도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외무상이 지난 25일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하겠다"고 말하는 등 동참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럽의회는 홍콩과 티베트,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인권 침해 등을 들어 유럽연합(EU) 기구 및 회원국에 외교적 보이콧을 촉구한 상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동맹국들과 함께 "올림픽 참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논의하고 있다며 "활발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회식 참석을 일찌감치 발표하는 등 세 구축에 나서 올림픽을 둘러싸고 진영 간 대결 구도까지 형성되는 모양새다.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논의 확산…한국도 선택기로 설까
한국 정부는 일단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평창에서 도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3국의 '릴레이' 올림픽이 성공리에 치러지길 바란다는 기존 입장에 표면적으로 변화가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베이징 올림픽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번영에 기여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보이콧 여부가 아직 공식화하지 않은 상황과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감안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단 참석에서도 현재로선 관례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참석을 중국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에 개막식 등에 참석할 명단 제출을 요청했고, 대한체육회 측은 최근 전산시스템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문체부 장관을 참석자로 올렸다.

그러나 미국이 향후 외교적 보이콧으로 방침을 정하고 공론화에 나선다면 아태지역 주요 동맹인 한국도 본격적으로 동참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베이징 올림픽을 신장위구르 인권 등 중국과 타협이 어려운 '가치'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자극함으로써 미국은 기존 미중 전략적 경쟁을 '자유진영 국가 대 중국'의 구도로 만들어 유리한 부분을 차지했다"며 "물밑 조율 결과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국가들이 동참한다면 미국으로서는 보이콧을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짚었다.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논의 확산…한국도 선택기로 설까
반면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는 물론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도 고려해야 해 정부로선 보이콧 동참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아울러 현재는 선수단 파견조차 불투명하지만 북한에서 고위급이 참석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중국이 서방의 견제 구도 완화를 위해 한국을 적극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도 있다.

장하성 주중대사가 지난 25일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면담에서 베이징 올림픽의 원만한 성공을 기원한다고 발언한 것을 중국 매체들이 보도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김한권 교수는 "미국이 자유진영 국가들을 거의 망라한 진영을 이룬다면 우리의 인권 가치와 정체성을 명확히 하는 다자주의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다자적 대응을 할 국제적 기반, 즉 미국이 주도하는 그런 상황이 갖춰졌는지는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연합뉴스